평소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비판해온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이 될 경우 조선일보 등 주요 신문사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12월23일부터 시행된 ‘남양유업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는 대기업으로 평균매출액 600억 원 이상에 해당하는 신문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신문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6개사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신문협회는 법적용에서 신문사를 제외해달라고 요구했고 신문지국들은 반드시 신문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정위 측은 “신문사를 특별히 법 적용에서 제외할만한 이유는 없었다”며 시행령을 냈다. 남양유업법 시행령은 갑을관계에 따라 본사가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는 ‘물량밀어내기’를 비롯해 영업비용 전가, 판매목표 일방통보, 일방적 거래 중단 등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고 제재하게 됐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와대사진기자단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재 주요 신문사와 신문지국 간에는 ‘유료부수 밀어내기’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신문지국에선 500부만 필요한데 본사에서 유료부수를 유지하기 위해 700부를 내려 보내면, 지국에선 어쩔 수 없이 필요 없는 200부 지대를 본사에 지불한 뒤 이를 파지로 내다팔고 있다는 게 지국장들 주장이다. 김동조 신문판매연대위원장은 “일부 신문사에는 본사가 요구하는 확장부수를 채우지 못하면 지대를 올려버리는 패널티도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남양유업법에 따르면 본사가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강요할 경우 대리점 사업자가 입은 손해의 3배까지 본사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신문사와 신문지국간 불공정거래와 관련, “본사와 대리점 간 갑을관계 문제라면 법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문고시와 달리 대리점법은 공정거래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명문화하며 구속력까지 높여 법의 실효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

중요한 건 공정위의 ‘의지’다. 공정위가 의지를 갖고 대기업으로 분류된 신문사들의 불공정관행을 조사하고 제재할 경우 신문사들의 유료부수 ‘거품’을 걷어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명박 정부 들어 유명무실해졌던 신문고시(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행위의 유형 및 기준)도 제 기능을 하게 될 경우 신문사들의 불공정 영업 관행도 일대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년간 신문지국 규제·감시 기능과 신문사 본사 직권조사 역할을 사실상 포기해왔다. 신문고시를 위반한 신문지국에 대한 중징계의 경우 2005~2007년 337건에 달했지만 2008~2010년 20건으로 대폭 축소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독자감시단이 2012년 서울지역 조선·중앙·동아일보 60개 지국(각각 20개 지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문고시 위반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었던 신문지국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100%에 달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주요 신문사들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는 2011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MB정부가 공정사회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삼성을 비롯한 대형 광고주들이 언론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늘날 신문사의 유일한 경영전략인 대기업과의 유착을 뿌리부터 바로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김상조 후보자는 당시 인터뷰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삼성광고에 의존하는 상황을 두고 “대기업 의존률이 높은 진보언론은 정체성을 지키는 게 매우 어려워졌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한겨레를 두고 “한겨레 경제기사가 계속 퇴행한다면 신문사로 존속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창립취지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후보자 관련 신문보도를 볼 때는 신문사 각자의 ‘셈법’을 감안하고 읽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