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옛 새누리당에서 분당해 ‘개혁보수’를 기치로 창당한 바른정당. 지난 19대 대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6.76%의 낮은 득표율에 머물렀지만 당내 집단 탈당 사태 등 우여곡절을 겪고도 끝까지 완주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내년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취약한 지지 기반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선거 과정에서 기대 이상으로 젊은층의 지지세를 얻은 것은 바른정당으로선 큰 소득이지만, 낮은 지지율에 기초의원 등의 탈당 여파도 심해 당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개혁보수의 길을 묻다’는 주제로 열린 국민토론회에서 축사를 한 유승민 의원(고문)은 “나 포함 바른정당 모든 식구들은 개혁 보수라고 해야 할지, 보수 개혁이라고 해야 할지, 보수 혁명이라고 해야 할지 이를 앞으로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많은 고민을 시작했다”며 “우리가 굉장히 미미하게 시작하면서 언제 불이 또 꺼질지 모르는 상황이고, 현실은 보수가 새로운 길을 찾더라도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승민 바른정당 고문. 사진=노컷뉴스
▲ 유승민 바른정당 고문. 사진=노컷뉴스
이날 토론회에선 바른정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다른 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자강론’에도 힘이 실렸다.

특히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 위원장은 “지금까지 합리적 보수성은 일부 진보적 입장을 수용하는 형태의 중간자적 보수로 대중들에게 인식돼 왔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완고한 보수의 이념이라도 당당하게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고 주문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양극단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중간 전략을 취하다 ‘민주당 2중대’로 몰리는 것보다는 선명한 대비를 위해 합리적인 보수라는 새로운 형태로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젊은 세대에게 부정적인 어휘로 각인된 ‘민영화’를 예로 들며 “철도와 통신 민영화 이후에도 경쟁 체제 속에 진보 측이 주장했던 가격 폭등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지난 대선에서도 공공일자리를 크게 늘리겠다는 민주당의 정부 확대론에 대항하는 작은 정부론을 효율적으로 설파하지 못하는 등 보수적 가치가 수반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개헌을 추진한다고 선언한 만큼 바른정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개헌 정국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여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같은 낮은 단계의 검찰권 개혁을 제시한다면, 그를 뛰어넘는 대만의 5권분립 제도(입법원·사법원·행정원·고시원·감찰원)와 같은 개헌안들을 통해 바른정당을 새롭게 브랜드화할 수 있는 모델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바른정당이 자강론으로 가더라도 다른 정당과 연합 또는 합당 역시 선거정당으로서 현실적으로 유효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연합(합당)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면서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과 연합하므로 영남·수도권 중심의 바른정당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전국 정당화하는 최초의 정당을 창당하게 되고, 지역 간 통합 및 협치의 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이 같은 연합(합당)은 국회에서 강력한 3당 체제를 형성하며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되는 입법안에 대해서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쥘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국회에서의 5당 구도는 복잡한 형태의 다당 구조이기 때문에 3~4개 정당의 다당 구조가 비효율적으로 국회 운영이 전락할 가능성도 제거해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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