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던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쌓인 한 무더기의 마른 미역에서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풍겼다. 침몰했던 세월호가 인양되던 당시 유출된 기름으로 2차 피해를 입은 침몰 해역 인근의 동거차도, 서거차도 주민들이 정부의 선 보상을 촉구하는 상경투쟁에 가지고 나온 미역이었다. 50여명의 동,서거차도 주민들은 1일 아침 버스 한 대를 대절해 서울에 도착했고,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앞에 판로가 막힌 건조미역더미를 쌓아놓고 정부의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전라남도의회 본회의에서 강성휘 의원(목포1)은 “세월호 기름 유출로 동, 서거차도 미역양식어민 13가구가 평균 1억 8천여만원씩 23억원의 피해를 입었고, 자연산 미역 채취에 종사하는 주민들도 1인당 1천만 원씩 모두 7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면서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발생한 진도 주민의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동거차도, 서거차도 미역양식주민 5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 인양으로 인한 기름유출피해에 대한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동거차도, 서거차도 미역양식주민 5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 인양으로 인한 기름유출피해에 대한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동거차도, 서거차도 미역양식주민 5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 인양으로 인한 기름유출피해에 대한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동거차도, 서거차도 미역양식주민 50여명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 인양으로 인한 기름유출피해에 대한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동거차도 주민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정부는 3년전 세월호 침몰시와 똑같이 보험사가 피해보상 해줄 거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세월호 인양 전, 배 안에 기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천공을 하여 미역양식장과 자연산 돌미역에 유류가 덮치게 한 것은 동거차도 주민들의 생계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어민들을 기만하고 얕보는 행위가 아닌가? 인양시 해수부가 동거차도 어민들에게 인양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었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또 다른 주민은 “세월호 인양 때 흘러나온 기름이 양식장에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밤샘 작업도 했지만 엄청난 기름 양을 막을 수는 없었다. 미역을 채취할 수 없게 됐지만 해수부는 ‘조금만 기다려라. 우선 미역을 채취해라’ 며 주민들을 가만히 묶어 두기만 하고 한달 두달이 지나도록 어떤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있다. 왜 자꾸 대화를 피하고 아무 대책도 없이 무조건 채취하고 판매해보라고만 하는지 알 수 없다. 기름유출 사고는 이미 방송과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래서인지 미역은 판매되지 않고 있다. 어느 누가 기름 묻은 미역을 사먹으려고 하겠나? 너무 막막하고 허무하고 힘이 든다. 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희 동거차도 주민들을 살려주십시오. 저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저희 말에 귀 기울여 들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영석이 엄마 권미화씨는 상경한 주민들을 지지하는 발언에서 “세월호 참사부터 인양, 미수습자를 찾는 지금까지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주민들은 우리 부모의 심정으로 한번도 서운한 말씀을 한 적이 없다. 그런 주민들과 희생자 가족들은 서로 미안한 마음으로 지내왔다. 정부가 미안해 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국가는 보험처리 과정 등을 운운하며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주민들이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게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보상과 함께 육체적, 정신적 보상을 해 달라. 빨리 동, 서거차도 미역과 진도 및 남해에서 나는 모든 수산물들이 다시 피해를 입지 않게 부탁드린다. 문재인 정권이 잘 해결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오영석 학생의 엄마 권미화 씨가 동,서거차도 피해주민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오영석 학생의 엄마 권미화 씨가 동,서거차도 피해주민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사회를 맡은 차정록 동막 어촌계장은 “세월호도 인양됐고 이제는 동거차도도 인양되어야 한다. 애들 학자금, 전기세, 물세도 못내는 형편이며 동거차도 주민들은 빚쟁이가 되었고 살기가 막막하다. 기름값도 외상하고 인건비도 못 주고, 대출금 이자도 못내고 전전긍긍 한다. 우리는 법도 모르고 힘도 없고 배우지도 못했다. 청와대 전 주인은 직무정지 후 하루에 5천 만원씩 총 35억을 썼다고 한다. 우리의 피해액은 채 35억도 안된다. 이게 말이 되나? 국민이 얼마나 더 죽어가고 얼마나 더 실의에 빠져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님께 고한다. 삶의 터전에서 죽어가는 우리 어민들과 오염된 바다를 선보상으로 살려주시고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없도록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주민들은 세종문화회관 옆에 마련된 광화문1번가를 방문해 국민인수위원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정책 제안을 보냈다. 주민들은 서울역 인근 찜질방에서 밤을 보낸 뒤 2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관계자들을 면담할 계획이다.

▲ 집회 도중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이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며 피해보상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집회 도중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이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며 피해보상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피해보상촉구 집회를 마친 동,서거차도 미역양식 주민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 광화문1번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피해보상촉구 집회를 마친 동,서거차도 미역양식 주민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 광화문1번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세종문화회관 옆 광화문1번가에 도착한 피해주민들은 국민인수위원을 신청해서 요구사항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세종문화회관 옆 광화문1번가에 도착한 피해주민들은 국민인수위원을 신청해서 요구사항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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