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어떤 조직일까? 그 구성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여기서 (중) 이렇게 쓴 것은 중앙일보가 조선일보, 동아일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뜻에서 빼지는 않고 괄호 속에 넣고 나란히 쓴다.

언론의 관점에서 조(중)동을 묻고 비판하는 작업은 매우 많지만, 조(중)동 조직과 구성원들에 대한 물음은 상대적으로 희소하다. 언론개혁이라는 적폐청산의 과제 앞에서 이는 중요한 질문이다. 조(중)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비교적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 하나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조(중)동 구성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 질문을 가지고 한 연구자가 그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하자. 대략 이런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첫째, 도무지 섭외가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노조나 기자협회 같은 사내 조직의 지원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설령 개인적인 경로든 사내 조직을 통해서든 섭외가 되어도 다른 이야기를 듣지는 못할 것이다. 넷째,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 설령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절대 활자화시키지 말아 달라’ 할 것이다. 여섯째, 어차피 비밀로 할 수는 없는 일, 인터뷰 작업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응답자에 대한 단속과 색출이 시작될 것이다. 일곱째,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애초부터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인터뷰 작업은 없었던 일로 끝이 날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중)동의 진솔한 내부 속사정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이건 순전히 나의 상상이다. 진실로 나는 이것과 다르기를 열망한다. 조(중)동이 달라지기를 원하고 다른 한편 그렇게 조(중)동을 해부해보고 싶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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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언론이냐?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은 조(중)동이라는 조직과 그 구성원들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뜻에서이다. 지피지기는 백전불태라는 말도 있듯이, 이해는 동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조(중)동의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참으로 궁금하다.

짚어보면 조(중)동에 대한 비판은 대체로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는 규범적 차원의 것이다. 속된 말로 풀면 ‘조(중)동이 신문이면 내 집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 이렇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규범적 비판은 조(중)동을 언론기관, 그리고 구성원들을 언론인이라 전제할 때에만 성립된다는 점이다.

첫째, 겉으로야 언론인·언론기관이지만, 조(중)동 구성원들이 위아래 모두 내심으로는 ‘언론인·언론기관’이라 생각지 않는다면? ‘밤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말이다. 이들은 언론업종에 종사하는 애국 정치인 또는 애국 활동가들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을 언론으로 전제하고 ‘너희들은 전혀 언론답지 않아’라고 지적하는 건 방향을 잘못 잡은 게 아닐까?

둘째, 겉으로야 이들이 언론인·언론기관이지만 사실은 반발심리로 가득 찬 철부지라면 어떻게 되는가? 심리학 전문용어에 ‘역화효과 backfire effect’라는 것이 있다. 역화효과는 올바른 말을 들을 때 반발심리가 강해지면서 기존의 편견이 더욱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자신을 한국의 정신훈화 담당 교련 선생 정도로 생각하는 조(중)동 구성원들이 자신들을 화장지 취급하는 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뻔한 일 아닐까?

단단한 조(중)동?

애국 활동가들, 철부지 반항아들한테 점잖은 말과 훈수가 들어갈 틈이 있겠는가. 무언가 다른 접근이 필요치 않겠는가? 그렇다고 언론의 관점에서 이들에 대한 비판작업을 멈추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겪어온바 우리의 경험은 더 큰 판을 바꾸는 것이 언론개혁에 더 빠른 길임을 말해준다. 그렇기 때문이겠지만, 내가 보기에 조(중)동은 지금 특히 무엇인가를 몹시 두려워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을 두려워할까? 그들이 원래 쳐다보지도 않는 진보적 시민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기대는 기득권 집단으로부터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바로 그것 아닐까? 그래서 이들은 기득권 집단이 좋아하리라고 자신들이 믿고 있는 ─ 실제로 기득권 집단이 그런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 것을 여전히 해대는 것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요즘 우리 사회의 변화는, 특히 기득권 집단의 균열이나 판세의 변화는 조(중)동에겐 공포의 전주곡 같은 것이겠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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