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총리 자격이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다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5대 비리 전력자의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를 공약으로 내건 것에 방점을 찍는 이라면 부적격 평가를 내릴 것이다. 반면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특성과 투기성 위장전입이 아니라는 데에 무게중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인준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것이 원칙의 문제이지 찬반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이낙연 후보자를 둘러싼 위장전입 문제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분명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준비 부족으로 논란이 벌어졌다며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구하고, 인사에 대한 새 기준을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이런 측면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016년 3월8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한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
▲ 지난 2016년 3월8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한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

이낙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이렇듯 복합적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에 입각해 위장전입 문제를 바라보면 이 후보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물론 이전 정권의 총리 후보자들과 비교해보면 ‘정상참작’ 여지도 있다.

문제는 언론이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다. ‘문 정부도 출발부터 인사암초’ ‘총리 인준 대치, 문 정부 첫 고비’ ‘위장전입에 발목 잡힌 총리 인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언론이 가치판단은 배제한 채 상황을 단순 중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쟁점이 무엇인지, 과거 정권과 어떤 점이 다른지 독자로 하여금 판단할 수 있도록 보도를 하는 게 아니라 관성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보도가 갖는 문제점은 심각하다. 우선 ‘비판의 자격’ 문제가 희석된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문제제기를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이명박근혜 정권’ 집권여당이었던 한국당의 이 같은 공세가 온당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정치 저널리즘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언론은 이런 부분을 주목하지 않는다.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집권했을 때 ‘투기성 위장전입’ 후보자를 옹호했던 정당이 지금은 야당이기 때문에 ‘위장전입 후보 절대불가’를 외치는 게 타당할까. 타당하지 않다. 이념과 성향을 떠나 합리적인 언론이라면 이런 부분을 짚어가며 ‘현실적인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야 한다. 야당을 향해서 쓴소리도 해야 하고 태도 변화도 주문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의 화살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있을 뿐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모순적 행태는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있다.

검증 보도에 있어 일관성이 없는 것은 더 문제다. ‘고영신 파문’이 대표적이다. 국민의당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내정한 고영신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특임교수는 종편 패널로 출연하면서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특임교수로 재직하면서 항공·골프 접대를 받아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지난해까지 KNN 사외이사를 지내 방통위 설치법상 결격사유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국민의당이 이를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고영신 방통위원 내정 파문은 이른바 검증 국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부실 검증’과 ‘인사 참사’라는 비판을 가했던 야당이 정작 자신들이 추천한 방통위 상임위원 내정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는 언론이 ‘공직자 검증보도’에 있어 여야 구분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고영신 파문’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총리·장관 후보자 못지않게 방통위 상임위원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종편을 비롯한 방송사들의 막말 보도를 감시해야 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문제는 그런 자리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부적격 인사’가 비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이 됐는데도 이를 문제시하는 언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경향신문 역시 고영신 파문을 다루지 않고 있다. 고영신 교수가 경향신문 출신이어서 그런 것인가.

고영신 방통위원 내정 파문은 이낙연 후보자 위장전입 문제보다 사안이 명확하고 분명하다. 하지만 언론의 레이더는 다른 곳을 향해 있다. 고영신과 이낙연 후보자 중에, 누가 더 부적격자인가. 이 ‘쉬운 질문’에 언론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치저널리즘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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