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발생과 조사결과 발표, 그에 따른 대북제재가 이뤄진지 7년을 넘기면서 이 사건 자체의 진실을 재논의 또는 재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안함 1번 글씨 논쟁과 흡착물질의 의문을 과학적으로 제기했던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석좌교수는 30일자 한겨레에 기고한 시론 ‘5·24, 천안함 그리고 과학계 적폐’에서 7년 된 천안함의 침몰원인 재조사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 교수는 이날 기고문에서 지난 24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고 믿는다’고 답변한 것을 두고 “(이런) 답변을 받아내는 것이 왜 그리 자유한국당에는 중요할까”라며 “천안함 사건은 수구세력에게 사상검증의 전가의 보도가 된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학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사는 나에겐 적반하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5·24 제재 조치에 대해 이 교수는 7년 전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북한 어뢰라고 강변하면서 내린 북한 제재 조치라고 평가했다. 5·24 조치의 원인이 된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그는 “합리적 사회라면 그 합조단의 결론을 놓고 철저히 재논의를 해야 했다”며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권’ 7년 내내 재논의는커녕 보수진영은 합리적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들을 폄하하는 데만 몰두했다”고 썼다. 이 교수는 “그러고는 자신들의 허무맹랑한 주장만 앵무새처럼 줄기차게 되뇌었다”며 “거짓도 무수히 되풀이하면 사실처럼 된다는 히틀러 정권의 언론관과 똑같이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촛불혁명을 기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한국 사회를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을 두고 이 교수는 “그러기 위해서는 ‘한겨레TV’가 최근 선정한 ‘이명박근혜 9년 의혹 10선’에 언급된 모든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며 “그중 가장 힘든 문제가 바로 천안함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분단 현실로 빨갱이, 종북이란 혐의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라며 “그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 한국은 민주공화국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가 지난 2011년 3월 천안함 사건 1주기 때 방한해 천안함 토론회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언론노보기자
▲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가 지난 2011년 3월 천안함 사건 1주기 때 방한해 천안함 토론회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언론노보기자
천안함 침몰 진상규명을 위해 이 교수는 “그 결정적 첫걸음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다”며 합조단이 실시한 모의폭발실험을 다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재실험은 거짓의 둑이 터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이 교수는 “한국 과학계에도 출세지상주의가 만연해 있었다”며 “천안함 사건의 진실규명을 통해 과학기술계의 적폐 또한 청산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0년 서재정 일본 기독교대 교수(당시 미 존스홉킨스 교수)와 함께 천안함을 침몰시킨 범인으로 지목된 이른바 ‘1번 어뢰’(북한산 CHT-02D)에 쓰인 1번 글씨가 탈 수 있느냐에 대해 과학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는 등 과학논쟁이 한때 벌어지기도 했으나 어느 한 편이 맞고 다른 편이 틀린 것으로 종결되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천안함 선체와 1번 어뢰, 모의폭발실험 등에 묻어있다는 ‘흡착물질’에 대해서도 민군합동조사단의 데이터가 조작됐다며 집중적인 의문을 제기해 천안함의 의문을 과학적 영역으로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흡착물질 논쟁 역시 종결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내세운 이 증거가 폭발로 생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강력한 반론으로 남아있다.

이와 함께 여당 의원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궁극적으로 천안함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천안함 사건 직후 유가족을 만나 정부 발표 사고시각(2010년 3월26일 21시22분)과 달리 그날 21시15분~16분 비상이라며 전화를 끊었다는 증언을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이 의원은 사고발생 시각에 대한 의문을 집중 제기했었다.

이종걸 의원은 5·24 문제 해결과 관련해 “천안함 사건 하나만 갖고 푸는 방법과 여러 다각도의 패키지 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우선 북한에게 사실인정을 하게 한다든지, 안되면 5.24의 옳고 그름을 떠나 회피하는 방법으로 대북교류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우회적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015년 5월 원내대표 당선 이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던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015년 5월 원내대표 당선 이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던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이 의원은 “어떻든간에 천안함 사건의 진상문제에 관해서 다시한번 판도라 상자를 열어야 하지 않느냐”며 “아니면 미해결로 덮어놔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진상규명을 위한 (남북) 양자의 위원회를 구성해 서로 노력해보는 절차를 만들어본다든지 등 남북간 문이 열리는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것도 않고 5·24를 푼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이전 정부의 모든 것을 부인하면서 나가는게 되는데, 그러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천안함 문제는 상당부분 공백영역이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을 전면 부정하고 전격적으로 해나가기엔 문재인 정부에서도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뭔가 국면전환을 시켜야 하지 않느냐. 이것은 회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 전쟁기념관에 액자로 전시된 천안함 함미 사진. 사진=조현호 기자
▲ 전쟁기념관에 액자로 전시된 천안함 함미 인양 당시 사진.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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