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이낙연 총리후보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의 위장전입 등 논란에 대해 양해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다가 이것이 부메랑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대 공약사항에 대해 국민 양해를 구한 것인 만큼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과 같이 좀 더 공개적인 방식으로 설명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공약파기나 후퇴가 아니며 충분히 국민에 예의를 갖춰 설명했다면서도 비판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인사청문 과정과 관련한 문 대통령 입장 발표에 대해 박찬종 변호사는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후 20일 간 박근혜와 전혀 다른 소통 모습으로 지지율이 높았으나 총리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주춤거리는 모습”이라며 “인사청문회와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병역문제 등은 정권교체 후 입장이 서로 뒤바뀌면서 여야 서로가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을 과거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보다 총리 장관급 임명에 대한 자격조건 5가지의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며 “이렇게 확실하게 얘기한 것은 역대 어느 대통령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너무 분명하게 얘기했기 때문에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경쟁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당선가능성이 불안했기 때문에 이 같은 정무직 총리-장관의 자격조건 공약도 확실히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인사원칙을 세우겠다’는 수준의 말 정도로는 주목을 받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분명한 원칙을 세웠을 것이라고 박 변호사는 분석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그러나 (내놓은 엄격한 기준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합리적으로 고쳐야 했는데 못고쳤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수석비서관회의 자리를 통해 인사문제에 양해를 구한 문 대통령의 발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어제 수석비서관 회의 통해서 처음으로 인사문제를 언급한 내용도 ‘인수위 기간이 없어서 이렇게 됐으니 이해해달라’는 것으로 취지도 모호했다”며 “더구나 대국민-대국회 메시지를 발표하는데 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하느냐. 왜 전임 대통령이 하던 것을 따라하느냐. 그러다 소통하지 않은 대통령이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박 변호사는 “기자회견 방식을 통해 밝히면서 기자들의 질문도 받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얻을 수도 있다”며 “누구보다 소통의 진면목을 보여왔다고 생각했던 문 대통령이 어제의 경우엔 실수했다고 본다. 좀 더 당당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후보자 인준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수용거부, 바른정당과 국민의 당은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도 박 변호사는 당에서 국회의원의 의사를 재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속 국회의원 의사를 집단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할 수 있고,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에서도 찬성할 수 있는 의원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개별적으로 설득하고 접촉해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채 당 지도부 몇몇이 당 전체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4일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위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4일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위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2005년 이후 투기성 목적의 위장전입자 관련자의 경우 국무위원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낙연 후보도 부인이 좋은 학군의 학교 교사로 전보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이고, 강경화 후보도 딸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김상조 후보자의 부인도 원하는 학교에 취업하기 위해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이런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은 놔두고 투기목적만 국한해서 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정치화됐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발목잡혔다고 생각하지 말고, 숨을 고를 때다. 합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시간이 한 두달 걸리더라도 원칙과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며 “정식 문재인 정부 출범이 조금 늦어진다고 생각하면 해결되리라 본다. 누가 낙마된다고 치명상 입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마찬가지 원칙이라고 박 변호사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당당하게 대처했다고 평가한다고 반박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한 것은 방향과 원칙을 밝힌 것이지만, 인수위가 없다보니 방향과 원칙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세부적 안을 마련하지 못하다 보니 이런 문제에 부닥치게 된 것”이라며 “충분히 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맞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디딤돌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왜 이런 중대사항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했느냐, 기자들 앞에서 더 당당하게 밝히고 질문도 받았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박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박수현 대변인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인사수석이나 대변인이 사과나 양해를 말씀한 것도 아니고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서 말했으며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공개하면서 말한 것은 충분히 국민과 야당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그런 비판이 있다면 충분히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박찬종 변호사가 지난해 총선을 앞둔 4월6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찾아 무소속 유승민, 류성걸, 권은희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찬종 변호사가 지난해 총선을 앞둔 4월6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찾아 무소속 유승민, 류성걸, 권은희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투기 목적의 위장전입 이외의 흠결사항도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박 대변인은 “그래서 국회와 국정기획위원회에 그런 사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놓았다”며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한 방향과 원칙에 대해 구체적인 세부 기준안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면 따르면 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인사에 대한 그런 지적은 충분히 받아들이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인사에 변화가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결코 공약파기나 후퇴가 아니다. (비판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인사발표를 미루면서 야당과 국민에게 예의를 갖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찬종 변호사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책임을 촉구했다. 박 변호사는 “대선 패배 후 현재 아무 반성없이 오는 7월 전당대회 준비를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대단히 길을 잘못 들고 있는 것”이라며 “책임을 져야 할 친박 호위무사 그룹의 ‘서청원’, ‘이완영’ 의원은 어제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인사청문 대상자를 추궁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자신들이 여당일 때 대통령이 지금 탄핵과 구속에 이어 수갑차고 재판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고, ‘주군이 저꼴이 된’ 데 대해 누군가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할지 가려야 한다”며 그러나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엔 박근혜 본인 스스로의 원초적 책임이 가장 크지만,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쓴소리를 해야 할 때 하지 않은 책임도 크다며 “바로 이런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친박 호위무사와 같은 이른바 ‘1급 전범’ 뿐 아니라 소극적으로 방조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연후 중앙당 체제를 해체하고 국회의원 중심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정풍운동’과 내부 쇄신이 선행돼야 하며, 그래야 문재인 정부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박 변호사는 내다봤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실수와 실패와 같은 요행만 바라보는 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