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 ‘삼청교육대 찬양 및 5·18 진상규명 외면’ ‘KNN 사외이사 경력 결격사유 논란 ‘김영란법 위반 의혹’. 고영신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특임교수가 국민의당 추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내정된 직후 잇따른 논란이 불거지며 낙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제적 언행으로 고영신 교수가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하자가 있는 인사를 내정하면서도 문제를 알지 못했던 국민의당에 있다.

앞서 국민의당은 27일 고영신 교수를 내정하면서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대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당 정체성’이라는 표현이 모호하지만 고영신 교수가 일관되게 더불어민주당과 ‘친문’진영을 비판해왔다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영신 교수의 과거 언행은 국민의당 정체성은 물론 호남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기도 한다. 그는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희호 여사가 패물을 팔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해외에 비밀 재산이 있다는 ‘루머’를 확신시켰으며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안팎곱사등이’라고 비하했다.

▲ MBN '뉴스와이드'(2016.3.8) 에 출연한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
▲ MBN '뉴스와이드'(2016.3.8) 에 출연한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

고영신 교수의 시사토크 프로그램 막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7차례 제재를 받기도 했다. 차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오보·막말·편파방송 문제 개선 등 종합편성채널의 재승인 조건 이행 감시가 주요 업무인데 ‘막말 당사자’가 ‘방통위원’을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고영신 교수는 경향신문 기자 시절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를 가리켜 “구석구석에 잔존하나 뿌리 깊은 부조리와 묵은 때를 씻어내고 국민 속에 새 시대의 개혁 의지를 정착시키는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5·18 진상규명을 ‘한풀이’로 묘사한 인물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두환 정권을 찬양하는 민정당측 입장을 전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국민의당이 강력 반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 같은 발언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국민의당은 이조차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시사토크 프로그램 막말이 논란이 되자 지난 29일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통해 “어떤 말들을 했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토론을 격하게 하는 과정에서 썼던 말들을 찾아내서 막말이라 한다면 그런 방송 출연 장기간 안했던 분만 할 수밖에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고영신 교수가 지난해까지 KNN 사외이사를 한 것이 ‘결격사유’라는 점을 알지 못한 점도 문제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고영신 교수는 이력서 제출 때 KNN 사외이사 경력을 기재했으나 국민의당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방통위 설치법은 명백히 ‘3년 이내 방송업계 종사자’를 결격사유로 두고 있으며, 기준이 모호했다면 방통위에 확인 작업을 거쳤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실 검증’을 거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애초에 방통위 상임위원 ‘공개모집’을 하지 않았고 소속 의원들의 ‘추천’으로 후보를 선출했다. ‘자질’보다는 의원들과 친분에 의해 후보가 결정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작동해야 할 검증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고영신 교수는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고등학교, 대학교 3년 후배로 당 지도부의 의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외에도 KBS 보도 개입·제작진 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 권혁부 전 KBS 이사, 2007년 박근혜 대선캠프 TV토론대책단장 출신 표철수씨도 국민의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에 올랐다. 최종후보 7인 중 5인이 호남 출신이다.

이는 공모 절차를 통해 접수를 받은 다음 서류심사를 거쳐 면접 대상자를 선출한 더불어민주당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모든 정당이 방통위원을 공모할 필요는 없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고 김석진 상임위원 ‘연임’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언론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폐쇄적인 선출과정을 통해 언론개혁을 추진해야 할 방통위원에 ‘부적격자’를 내정한 정당이 언론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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