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대한노인회 대가성 입법’ 의혹을 다룬 한겨레의 후속기사가 보도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겨레는 국장 직속 특별취재팀 성격의 디스커버팀이 취재한 단독기사 “‘대한노인회 혜택’ 발의한 이낙연, 간부에 1500만원 후원금 받아”를 지난 25일 5면에 보도했다. 이 후보자가 대한노인회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발의했고, 2011~2013년 3년간 노인회 보건의료사업단장 겸 보건의료정책자문위원을 지낸 나병기씨에게 정치자금법상 상한액을 꽉 채워 받았다는 내용이다. 한겨레는 “나씨가 낸 후원금이 법안 제출의 대가이거나 노인회 쪽 돈일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틀째를 맞은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대가성 입법’이란 지적에 대해 부인했고 다만 ‘김영란법’ 입법취지에는 맞지 않는 처신이었음을 인정했다. 이 후보자와 나씨는 고향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고, 이 후보자는 ‘나씨가 이 후보자에게 꾸준히 후원을 해오다 선거 기간이 다가오면서 증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같은 날 오전 한겨레 디스커버팀은 이 후보자가 고액후원자인 나씨의 의료기기 사업도 도왔다는 내용을 후속기사로 발제했다. 나씨가 인공관절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다스의 대표로 있고, 대한노인회 산하 보건의료사업단에서 진행한 인공관절수술지원 사업을 2011년부터 함께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낙연 후보자가 해당 사업을 지원한 내용도 해당 발제내용에 있었다. 2013년 3월 문희상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방문했는데 이낙연 의원, 이심 대한노인회장, 나병기 노인회 복지사업단장 등이 참여했다. 이 후보자는 노인회와 간담회에서 노인인공관절 치료비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즉, 수술비 지원을 해주는데 인공관절은 메디다스 것을 쓰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 후보자가 도지사로 있는 전라남도는 나씨가 세운 노인의료나눔재단과 ‘저소득층 노인 무릎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 업무협약(MOU)’을 2015년 9월4일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어르신 무릎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사업은 국회의원 시절 대한노인회 중앙회장과 논의해 추진한 사업”이라며 “전남도가 협약사항 의무이행은 물론 필요한 일을 찾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사는 이날 저녁 편집회의에서 디스커버팀 류이근 에디터와 이제훈 한겨레 편집국장 간 격렬한 논쟁 끝에 빠졌고 26일(금) 뿐 아니라 27일(토), 29일(월)에도 보도되지 않고 있다는 게 한겨레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다. 현재 후속기사가 안 나가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한겨레 내부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총리 후보자 검증보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첫 의혹제기인 25일자 기사를 1면이 아닌 5면에 배치한 것에 대해서도 ‘눈치를 본 것’이란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를 작성한 최현준 기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를) 보완하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말을 아꼈다. 추가취재 지시를 팀장이 했는지, 국장이 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했다. 해당 취재팀을 이끄는 류이근 에디터 역시 같은날 통화에서 “(이 건에 대해) 국장이랑 얘기하는 게 좋겠다”고만 했다. 시점이 중요한 기사가 주말을 지나 월요일까지 나오지 않아 29일 다시 질의했지만 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팀장과 논의한 결과, 팀에서는) 개별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장과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이제훈 한겨레 편집국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5일 저녁 편집회의 때 기사를 빼는 과정에서 류 에디터와 크게 의견차를 보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기사는 빠진 게 아니라, 공식회의체(편집회의)에서 ‘후속보도를 하려면 보강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것”이라며 “눈치를 봤다면 첫 번째 보도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 국장은 “취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민감하니까 미루자고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대선 기간 한겨레 대선후보검증팀이 취재한 문재인 후보자 아들 취업특혜 의혹 관련 보도가 막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취재팀은 해당 기사분량을 줄여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고, 취재결과를 언제 보도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한겨레 내부에선 ‘문재인 후보자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낙연-대한노인회 대가성 입법 의혹 후속기사를 두고서도 자기검열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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