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 생활 속에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관행이란 미명 하에 저질러지는 온갖 비리와 부정을 하나씩 없애고 개선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선진국(OECD) 회원국 중 신뢰도가 최하위권인 대한민국 법무부와 검찰은 국내외 망신거리, 우환거리가 되어 왔다. 이는 법무부, 검찰만 제외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소위 ‘돈봉투 만찬 사건’을 감찰 중인 법무부, 검찰 합동감찰반이 의혹 현장인 문제의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조사를 해 ‘엄정조사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연합뉴스는 법무부의 말을 인용, “현장 조사 과정에서 점심을 먹은 것은 맞다”면서도 “영업장소여서 자연스럽게 조사를 하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혹시나 기대를 했건만 역시 법무부와 검찰은 국민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특권층 인간들임이 드러났다. 신임 대통령의 지시 정도로는 자기식구 챙기기의 관행을 깰 수 없음을 하나씩 입증해 나가고 있다. 아직 감찰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그동안 법무부와 검찰이 보여준 관행과 전통 때문이다. 5가지로 정리한다.

▲ 2017년 3월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 연합뉴스
▲ 2017년 3월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 연합뉴스
첫째, 법위에 존재하는 특권의식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핵심은 1회 1백만 원, 연간 3백만 원 현금수수는 돈의 성격이나 목적을 따지지않고 처벌한다는 것이다. 1백만 원이 아니라 소액이더라도 직무연관성이 있다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감찰도 하기 전에 드러난 문제이고 이 정도 사안이면 수사를 의뢰해야 하지만 형식만 대규모 감찰반을 구성해서 그 식당에 가서 밥먹고 다니고 있다. ‘자연스럽게’ 조사하기 위해서라는 해명도 납득할 수 있나. 디스코텍 현장조사 가면 춤추면서 조사하고, 술집가면 술 마시면서 조사해야 하나? ‘영업장소’니까. 국민의 의식과 따로 노는 법무부와 검찰은 적폐 중의 적폐다.

둘째, 애초부터 엄정 조사 의지에 의구심 있었는데 결국 입증된 셈이다.

돈봉투 잔치로 언론에서 문제제기 했을 때, ‘관행이다 격려차원이다’ 등의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었고 진상조사나 사과 등에 대한 의지도 인식도 없었다. 오히려 첫 보도한 한겨레신문 기자에게까지 ‘내부정보 제보자색출’에 나설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있고 나서야 마지못해 움직였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 ⓒ 연합뉴스
▲ 사진=노컷뉴스

법무부·검찰은 “대규모 합동감찰반”이라며 파격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우선 법무부 감찰관실이 법무부 간부를 조사하고, 대검 감찰본부가 검찰 측을 조사하는 형식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합동감찰반의 총괄팀장인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과 대검 감찰팀 팀장인 정병하 대검 감찰본부장은 모두 이영렬 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여서 공정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었다. 감찰반 구성과 방식은 사실상 내용을 결정했고,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별일 아니다’는 식으로 밥이나 먹었다. 스스로 적폐임을 이렇게 잘 보여주는 경우도 드물다.

셋째, 대통령의 지시도 조직 이기주의, 기득권을 건드릴 수 없는 특권조직임을 분명히했다.

문 대통령 지시 하루만에 22명으로 대거 감찰반을 조직했지만 조사라고 내놓은 것은 사진 몇 장에 불과하다. 연합뉴스는 “식당 관계자들에게 만찬 당시 상황을 묻고 이 전 지검장·안 전 국장 일행이 식사를 한 방의 사진 몇 장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반은 식당에서 예약 기록과 만찬 비용 결제 전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도했다. 연합뉴스 보도가 사실이라면 감찰결과도 뻔할 것임이 분명하다. 일반 국민의 돈봉투 수수는 청탁금지법으로 다스리고 법무부와 검찰은 ‘업무 효율과 격려성 차원에서 관행으로 이해하는 자기 합리화’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과연 법무부 검찰의 이런 단단한 조직이기주의 관행을 타파할 수 있을까.

넷째, 법무부와 검찰의 일부 고위층 인사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조직 대부분이 이런 특권의식에 빠져 언론의 지적이나 국민의 비판을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해 청탁금지법을 시행하면서 돈봉투는 안된다는 인식이 다른 공무원이나 해당 교사, 교수 등에게는 강력하게 퍼졌다. 그런데 이번에 청탁금지법을 실행하고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검찰과 법무부 내부에서 이런 돈봉투를 주고받았다는 자체가 충격이었다. 더 큰 충격은 그 다음이다. 언론에 들통나니까 ‘잘못했다 미안하다’ 이런 반응이 아니라 ‘관행이고 격려성이다, 특별활동비다’ 등 이해못할 소리를 늘어놓았다. 분명히 밝혔지만 청탁금지법은 그 돈의 성격이나 내용을 묻지않고 처벌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꾸린 합동 감찰반의 행태를 보더라도 ‘산넘어 산’이다. 그동안 정치권력이 법무부와 검찰을 망쳐놓았고 그 내부에서는 망가진 사실조차 모른 채 관행으로 살아가고 있다. 법이 법무부와 검찰을 위해 존재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검찰이 검찰과 법무부를 조사, 수사할 수 있을까. 국민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누가 감히…’라며 눈을 부라리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스스로 국민의 지탄대상이 된 지도 모르고 있다. 수사대상이 수사주체라고 우기며 ‘말 같지 않은 말’ ‘조롱거리가 되는 해명’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늘어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법무부 검찰은 자정기능도, 자체 수사도 할 수 없는 기형적 조직이 됐음을 이 정도면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즉각 감찰을 멈추고 특임검사를 임명하여 수사를 맡겨야 한다.

한 변호사가 연수원 시절 “검찰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말했는데 현실에 나와보니 “검찰이 놀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로 바꿨다고 한다. 법조계에서 이 정도 말이 나올 정도니 일반 국민에게 법무부와 검찰은 이제 실망과 좌절, 분노의 용어가 됐다. 법무부와 검찰의 개혁을 그들의 손에 맡기면 아무 것도 안될 것이다. 소신껏 노력하는 구성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의 행태를 보면 국민의 절망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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