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부게시판에 고대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전직 KBS기자협회장 11명은 지난 22일 낸 공동성명에서 “신뢰도와 영향력 부동의 1위, KBS와 기자들의 자부심이었던 ‘KBS 뉴스’가 처참할 정도로 무너졌다”면서 “신뢰도 1위를 종편에 내준 지 오래됐다”고 운을 뗐다. 해당 종편은 JTBC 뉴스룸이다. 

전직 기자협회장들은 “믿을 수 없는 뉴스가 영향력을 가질 리도 만무하다”면서 “특히 여론형성의 장이 되고 있는 SNS 상에서 KBS 뉴스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젊고 능동적인 시민들에게 철처하게 외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KBS가 북풍몰이와 특정 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폭로성 주장을 담아내는 공방 리포트를 쏟아냈지만 별다른 항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원인에 대해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라고 쓴소리를 했다. 

▲ KBS 방송차량에 붙은 비판 스티커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 KBS 방송차량에 붙은 비판 스티커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같은 날 김시곤 전 보도국장도 “‘국민의 방송’이 판단 기준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김 전 보도국장은 “우리 KBS는 정연주 사장 시절부터 ‘국민의 방송’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왔다”며 “후임 사장들도 해당 슬로건을 버리지 않았다. KBS의 주인은 국민임을 천명해 온 것”이라고 썼다.

김 전 보도국장은 “그러나 일부 후임 사장들은 슬로건과는 달리 KBS를 이끌었다”면서 “국민을 대신해 KBS를 지배해야 함에도 정권을 대신해 KBS를 지배해왔다”고 썼다.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책임자였던 김 전 보도국장은 청와대의 보도개입을 폭로한 바 있다. 

이틀 뒤인 5월24일 라디오제작부 김영근 기자는 “KBS 위기의 핵심은 매체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또 경쟁의 심화도 아니”라며 “그 본질은 바로 신뢰성의 위기, 지난 수년 사이 시청자의 믿음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그 밑천마저 거덜 내고 있다는 데 있다”고 썼다.

김 기자는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도 맥락과 분석이 결핍된 기계적 정리와 균형을 가장한 왜곡과 은밀한 편파를 자행했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가장 황당한 사례로 촛불집회와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꼽았다. “언제부턴가 극우단체의 태극기 집회가 (리포트) 앞 순서이고 촛불이 뒤로 밀려났다”는 것.

김 기자는 “KBS 기자들조차 제대로 안보는 9시 뉴스, 겨우 60대 이상 노령층의 관행적 시청에 기대어 명목시청률 15~6%에 위안을 얻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아무런 임팩트 없이 공허한 울림들이 가득한 뉴스는 모래 위에 쌓은 성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같은 날 KBS PD협회도 성명을 발표해 고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PD협회는 고 사장의 방송경력을 나열한 다음 “기자로서 고대영 사장이 꽃길을 걷기 시작한 2008년 9월 이후 지금까지 10여년은 KBS가 처참하게 몰락해 온 기간과 일치한다”면서 “그 몰락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1985년에 KBS에 입사한 고 사장은 1995년 모스크바 특파원을 거쳐 2001년 시청자센터 부주간, 2008년 9월 보도총괄팀장, 2008년 12월 보도국장, 2010년 해설위원실장, 2011년 보도본부장, 2014 비즈니스 사장을 지낸 다음 2015년 11월 KBS 사장에 임명됐다. 

방송문화연구부의 김진수 기자는 25일 고 사장을 ‘선배’ 라고 칭하며 고 사장의 퇴진 성명에 서명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김 기자는 “후배들이 성명을 작성해 동참 여부를 물었다. 거기에는 지난 몇 년 동안 선배의 말과 행동에 대한 후배들의 생각이 정리돼 있었다”고 운을 뗐다.

김 기자는 “그런데 차마 서명할 수가 없었다”며 “갑자기 선배와의 지난 보도국 생활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당차게 그리고 타사에 조금도 기죽지 않고 자신있게 굵직굵직한 이들을 처리해내던 선배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썼다.

김 기자는 “그런데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면서 참 부분이 퇴색했다. 너무도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억지로 남은 (사장) 임기를 채우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소모적인 싸움은 의미가 없다. 모든 것 훌훌 털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고 사장의 임기는 2018년 11월까지로 1년 이상 남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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