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이 개혁 대상 권력 기관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며 정부 개혁 기조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정권 홍보 방송 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공영방송 MBC는 정부 기관이 깜깜이 ‘특수활동비’로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에도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밥값’ 축소를 걱정하고 나섰다.

MBC는 25일 뉴스데스크 “활동비 삭감되면…‘비밀업무 어쩌나’ 첩보 수집 위축?” 리포트에서 “검찰이 인지사건의 경우 제보자를 만나거나 잠복근무를 하고 또 보안을 유지하며 수사를 할 때, 필요시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한다”며 “최근 ‘돈 봉투 만찬’ 파문으로 검찰이 특수활동비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 때문에 첩보 수집 등 현장 수사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25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25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MBC는 지난 정권에서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정치 개입 활동으로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쓴 국정원까지도 대변했다. 국정원이 비밀 첩보 업무를 일일이 승인받아야 한다면 활동이 제한되고 다른 국가 기관들과의 정보 수집 경쟁에서도 뒤처질 것이라는 출처 없는 분석이다.

그러나 MBC 보도로 둔갑한 이 같은 주장은 같은 날 SBS ‘8뉴스’의 “‘특수활동비 수술’은 또 다른 적폐 청산…손보는 배경은” 분석 보도를 통해서도 쉽게 반박됐다.

SBS는 “특히 국정원의 경우 정보활동을 하는 직원들은 밥 먹고 술 먹는 것까지 다 특수활동비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투명하게 하면 누가 누구를 만나고 다녔는지 어느 정도까지는 파악이 가능해지는 만큼 불법 활동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며 “또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감축되면 사용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정보수집 활동도 자연스럽게 축소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SBS는 문제가 된 검찰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서도 “따지고 보면 법조계에서는 고생하는 일선 검사들에게 고위공직자 등이 자기 쌈짓돈을 내놓는다는 식으로 오히려 미덕처럼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라며 “이 돈을 투명하게 하라는 건 이들의 활동도 그만큼 투명하게 하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해설했다.

▲ 25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25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MBC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에게 정부·공공기관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선 ‘검·경 통제를 위한 초법적 발상’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비중 있게 다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 차례도 없었던 인권위 대통령 특별보고가 부활한다”며 법에 따라 인권위가 대통령에게 특별보고를 하는 것을 ‘삼권분립 예외’, ‘초법적’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우려와 배치되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시는 국가인권위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유명무실해진 제도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JTBC는 이날 ‘뉴스룸’에서 “(문 대통령은) 인권위가 정부 각 부처 내 인권 침해의 파수꾼, 인권 옹호의 견인차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조국 수석의 말을 전하며 각 정부 부처가 인권위 권고의 핵심은 빼놓은 채 부가적인 내용만 수용하는 ‘무늬만 수용’ 행태를 없애겠다는 청와대 설명을 강조했다.

지난 2015년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의 물대포 살수 등 과잉 진압 개선 방안을 경찰청이 밝힌 것에 대해서도 MBC는 ‘공권력 약화’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 26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26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경찰청은 26일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집회 현장에 차벽과 살수차를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대형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도 부산지방경찰청 워크숍에서 “앞으로 집회현장에 경찰력, 살수차, 차벽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관의 발언에 대해 경찰청은 ‘경찰력’을 뺀 나머지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MBC는 “물리적 진압 장비의 배제는 집회가 과격하게 번질 경우 자칫 공권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진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인터뷰에서도 “어떤 경우에도 배치하지 않겠다는 것은… 집회·시위의 양상, 치안 수요에 대한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차벽·살수차 예외 배치와 경찰력 유지에 대한 경찰청 설명을 누락, 왜곡한 보도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행보에 비판적 논조를 보이고 있는 MBC와 TV조선에 대해 “MBC는 특수활동비 삭감 지시와 국가인권위 위상 제고에, TV조선은 비정규직 축소와 국정 역사교과서 철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며 “두 방송사는 그동안 4대강 사업 재감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발탁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야권의 비난을 일일이 받아쓰고 이미 해명된 논란을 다시 제기하는 방식으로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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