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를 동원해 친정부 ‘관제데모’를 주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청와대 행정관이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를 비판적으로 다룬 영화 ‘다이빙벨’ 상영 방해에도 가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6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 관련 재판에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다이빙벨’ 상영 방해도 도맡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이빙벨’은 이상호 전 MBC 기자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정부의 구조 실패 등의 내용을 다뤄 화제가 됐다. 그해 10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됐지만 영화제 개막 이전부터 서병수 부산시장과 새누리당 국회의원, 보수단체 등의 상영 반대 압박에 부딪혔다.

26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26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다이빙벨’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배경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확인했다. 조 전 장관이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과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등에게 저명한 보수인사의 다이빙벨 상영 반대 기고, 보수단체 활동 등을 통해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도 강일원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업무수첩을 제시하며 “청와대 정무비서관실에서 영화 관람석을 일괄 매입하고 보수 단체에 폄하 논평을 부탁한 적 있다”고 밝혔다.

26일 공판 증인으로 나온 강 전 행정관은 다이빙벨 상영 확산을 막기 위한 ‘액션 플랜’을 실행한 뒤 보고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강 전 행정관은 다이빙벨 상영관 455석 전 좌석을 모두 예매하고 영화를 깎아내리는 내용을 언론에 내보낸 뒤 김기춘 전 실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선임 비서관의 지시를 업무 수첩에 기록했으며 이런 지시는 실제 이행됐다고 진술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포스터.
강 전 행정관은 이 같은 작업을 담당한 인물로 허현준 전 행정관을 지목했다. 허 전 행정관은 보수단체 대표들과 수십 차례의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관제데모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허 전 행정관의 직속상관은 정관주 전 국민소통비서관이었고, 최고 책임자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었다.

‘다이빙벨’을 제작한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기자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독재 치하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을 한 박근혜 정권이 참 놀라우리만큼 나쁜 정권이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7시간의 의혹’ 등 감추고 싶은 치부가 많았을 텐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들에 대해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에도 정권의 ‘다이빙벨’ 상영 탄압과 관련해 “권력이라는 게 훨씬 정교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짐작은 했지만, 영화 한 편을 막기 위해 저토록 정권의 무게를 싣고 진행한 줄은 몰랐다”고 술회했다.

이 기자는 “롯데시네마와 CGV는 물론이고 메가박스에서도 배정받지 못한 것은 당연히 정부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본다”며 “향후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멀티플렉스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부분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다이빙벨 제작팀은 상영을 막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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