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논란으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가운데, 다수 언론사들은 여야에 이중잣대 평가 관행을 인정하고 인사 기준 원칙을 재합의할 계기로 삼을 것을 주장했다.

청와대는 지난 26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5대 인사원칙’ 위배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저희가 내놓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국회 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기간 때부터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등 5대 비리를 가진 인사는 고위공직자 인선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후보자 뿐 아니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탈세 전적이 드러나면서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깨졌다.

▲ 27일 중앙일보 1면
▲ 27일 중앙일보 1면

다수 언론사는 청와대의 해명을 비판하면서도 ‘인사 원칙 재합의’ 이슈를 제기했다.

한국일보는 “靑 '위장전입' 해명 옹색하지만, 이쯤에서 '내로남불' 악순환 끊길”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는 이런 문제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정치공방의 소재로 되는 관행을 반복하기보다 차제에 국회 차원에서 현실과 이상을 두루 감안한 합리적 인선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며 “청와대의 입장표명이 옹색하고 설득력도 약한 게 사실이지만, 이것이 또 다른 소모적 논란의 출발이 되지 않도록 여야가 대승적 정치력을 발휘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고위공직, 구체적 ‘인사 배제 원칙’ 검토해볼 때” 제목의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때 제시한 ‘5대 인사 배제 원칙’에 위배됨을 무릅쓰고 인사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인사 실패로 집권 초반의 국정 동력을 상실한 전 정권들의 잔상이 겹쳐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면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 전입 같은 명백한 범법 행위와 무관한 사람 중에는 고위공직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불행한 치부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같은 흠결을 놓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된다, 안 된다 입장만 바뀌어 다투며 국력을 낭비하는 행태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며 “이참에 여야가 협의해 구체적인 ‘인사 배제 원칙’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특히 일반 국민들의 무의식적 위반도 많은 위장전입의 경우 시점과 목적성, 반복성 등을 고려해 옥석을 구분할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27일 한국일보 사설
▲ 27일 한국일보 사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도 유사한 주장을 냈다. 경향신문은 “5대 인사원칙 재조정 불가피하다” 사설을 통해 “그동안 직무능력 검증보다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직자 검증 기준도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는 이미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들이 계류 중이지만 낮잠만 자고 있다. 위장전입의 경우 부동산 투기나 명문 학교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과 우편물 수령을 위한 단순 위장전입은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 ‘인사원칙 위배’ 사과 유감” 사설에서 “대선 과정에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고 사과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진보좌파도 결국 마찬가지라는 불신은 남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한정된 인재풀에서 일할 기회를 원천 박탈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은 못 된다. 이제라도 진영논리에 관계없이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 공직 후보자의 도덕적 수준을 높였으면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보수지로 분류되는 언론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결정을 문제 삼고 있다.

▲ 27일 조선일보 사설
▲ 27일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관련 기사를 통해 “판결 성향을 놓고 보수 야당이 ‘지명 철회’까지 요구하고 있어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기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 후보자는 2014년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통진당 해산 반대 등 功으로 헌재소장 시킨다고 공식화”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민의 자유를 파괴하기 위해 그 자유를 이용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는 자유민주 국가의 과제”라면서 “핵무기를 손에 쥐고 사람을 마구 죽이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는 그때의(나치) 독일보다 더 위험한 처지다. 문 대통령은 과거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 "반(反)민주적 폭거" "김이수 재판관 견해에 100% 공감한다"고 했는데, 김 후보자 임명 동의 요청서를 통해 대통령이 된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공표했다”고 강조했다.

‘4대강 재조사’ 환영받는 와중 MB ‘골프 망중한’

국민일보는 1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딩을 하는 사진을 실었다. 국민일보는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대한노인회 관계자들, 정 전 실장 등 이명박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2개조로 골프를 쳤다”고 밝혔다.

▲ 27일 국민일보 1면
▲ 27일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골프장을 찾았으나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듣지 못했다”며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정책감사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일자리 정책 흔들지 말라” 재계에 강력 경고

문 대통령이 새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판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일자리 정책을 흔들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정부와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까지 지혜와 힘을 모아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 27일 국민일보 1면
▲ 27일 국민일보 1면

앞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지난 25일 경총 포럼에서 정부의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발표를 거론하며 “기업 운영에 꼭 필요하지만 핵심이 아닌 업무라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좋다 나쁘다, 된다 안 된다 식의 이분법으로 접근해선 갈등만 부추긴다”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이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사회 전체 일자리를 감소시킬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청와대의 적극적인 대응에 대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경총에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향후 일자리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계의 반발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정규직화 비판한 경총, 제 잘못부터 돌아보라”라는 사설에서 “재계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나아가 사회 전체가 고민하는 문제에 얼마나 귀를 닫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심각한 불이익을 겪고 있으며 그에 따른 양극화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재계가 이런 식의 태도라면,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재계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조선은 이날 “비정규직 고용 350만 중소기업이 전부 반성해야 하나” 사설을 통해 김 부회장 발언에 대해 “비정규직 이슈의 당사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옹호했다.

▲ 27일 조선일보 사설
▲ 2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 근거로 “비정규직 문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의 9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문제”라면서 “경총 회원사는 90%가 중소기업이다. 그러니 이런 문제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슨 양극화를 만들었으며 무엇을 반성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다. …(중략)… 이런 식이라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350만 중소기업이 전부 새 정권 앞에서 반성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 문제는 정상 궤도를 이탈해 점점 정치화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 초기의 성과로 집착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경제 문제는 모두 그럴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남기 농민 죽음 몰고 간 경찰, 이제야 “살수차·차벽 없애겠다”

경찰청은 지난 26일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집회 현장에 차벽과 살수차를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27일 한겨레 9면
▲ 27일 한겨레 9면

이대형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은 같은 날 오후 부산경찰청에서 열린 인권 워크숍에서 “내일(27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집회, 시위, 경찰 인권 문제 등을 보고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집회현장에 경찰력, 살수차, 차벽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청와대가 경찰에 ‘인권 경찰’을 주문한 데 따른 경찰의 첫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지난 25일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인권 경찰이 될 구체적인 계획을 경찰에 요청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은 2015년 11월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무분별한 물대포 살수를 맞고 중태에 빠지면서 격화됐다. 백 농민은 결국 지난해 사망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의 기본정신이 그동안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로 제한됐기 때문에 경찰의 입장 변화를 환영한다”면서도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경찰이 먼저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27일 아침 주요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커버스토리]목숨과 맞바꾼 안전, 안전한가요?"
국민일보 "文 대통령 “경총, 양극화 만든 주요 당사자… 성찰 먼저”"
동아일보 "한전 등 공기업 비정규직 3만명 정규직 추진"
서울신문 "“경총, 양극화의 한 축” 文대통령 첫 ‘경고장’'
세계일보 "“국민 눈높이 못미쳐 죄송”… 靑, 인사원칙 위배 사과"
조선일보 "文대통령 "경총, 비정규직 반성하라""
중앙일보 "위장전입에 발목 잡힌 총리 인준"
한겨레 "‘제2구의역 참사’ 막을 법안 처리 1년간 ‘0’"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 경총에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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