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올해 박근혜 탄핵 전까지 70일 동안 무려 약 35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직자나 정치인이 혈세로 지나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올해 남은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6억원 중 42%(53억 원)를 삭감하고, 내년에도 31%(50억 원)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 고위공직자뿐 아니라 기관장과 정치인들도 성격이 불분명한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를 축소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26일 녹색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16개 광역자치단체장(세종특별자치시 제외)은 매년 28억 원가량의 예산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지난 5년간 집행된 업무추진비 총액은 140억 원 정도다.

올해 가장 많은 단체장 업무추진비(2억7700만 원)가 책정된 곳은 서울시와 경기도다. 부산·대구·인천광역시장도 약 1억9800만 원을 쓸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단체장이 이 기준액을 모두 채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사진=민중의소리
▲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사진=민중의소리
녹색당은 “대전광역시 권선택 시장은 올해 2월까지 총 2005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고, 이중 식당에서 쓴 돈이 1398만 원”이라며 “부산광역시 서병수 시장은 업무추진비 사용 장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16개 광역자치단체의 단체장과 부단체장, 지방의회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의 기관업무추진비를 합산하면 5년간 약 500억 원의 많은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 많은 예산은 대체로 식비로 활용되고 있고,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따른 공개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각종 정부기관들이 사용한 특수활동비의 총액은 8조5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편성된 예산만 해도 8870억 원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도 불투명한 실태다. 지난 대통령 선거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원내대표 시절 매달 4000~50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그중 일부를 부적절하게 썼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 2004년 "국회 특수활동비의 수령자와 수령일자, 금액을 공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를 쓰는 국회를 비롯해 모든 정부부처가 구체적인 사용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다.

녹색당은 “공적인 일에 사용돼야 하는 시민의 세금인데 그 돈의 출처를 밝힐 수 없다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며 “내역을 알 수 없는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는 폐지되거나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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