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학교가 김인규 전 KBS 사장을 제10대 총장으로 선출했다.

김 총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KBS 사장에 재임하면서 KBS를 정권의 방송처럼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경기대 안팎에서 김 전 사장의 총장 선임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도 경기대 이사회는 이런 반대를 뚫고 김 전 사장을 총장으로 선택했다.

경기대학교는 26일 오전 경기학원 이사회를 열어 세명의 총장 후보자의 소견발표(프리젠테이션)를 들은 뒤 김인규(67) 전 KBS 사장을 제10대 총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경기대는 김인규 총장이 간선제 방식에 의해 5월26일 학교법인 경기학원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선출됐다며 김 총장의 임기는 6월1일부터 2021년 5월31일까지 4년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치학 석사, 성균관대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KBS사장을 역임한 뒤 한국전쟁기념재단(장학재단) 이사장을 겨쳐 현재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고 경기대는 소개했다.

경기대 관계자는 2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후보들의 소견 발표에서 김 전 사장의 전력에 대한 우려에 대해 충분히 제기됐는데도 본인은 이를 돌파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문 정권에도 과거 정권 사람을 쓰고 하지 않느냐면서 최대한 학교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이사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 김인규 전 KBS 사장이 2012년 7월26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 자격으로 평양 방북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인규 전 KBS 사장이 2012년 7월26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 자격으로 평양 방북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경기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학생들의 분위기는 김인규 총장 선임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KBS도 모자라 경기대학교까지 망치려하느냐며 총장 선출 반대 입장이 담긴 성명을 발표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본부장 성재호)는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황당해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2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황당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당황스럽긴 하다. 정말 설마했다. 그렇게 문제가 있다고 입장을 내고 설명했는데도 경기대 이사회에서 (김 전 사장을 총장으로) 쓰겠다는 데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성 본부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가 그렇게 능력이 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며 “김 전 사장이 대학 총장과 같은 공적이고 공공의 기능을 하는 곳의 대표를 할 수 있는지 지금이라도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 봤으면 한다”며 “수많은 기자 후배들은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 본부장은 “이는 앞으로 경기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재단과 어떤 특수관계 있어서 지원했고, 선출됐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재단의 한계이다. 그것이 결코 전체 학생과 학교 구성원을 위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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