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20년차 미만 KBS 기자 215명이 기명성명을 내고 고대영 KBS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6일 성명을 내고 “여전히 북풍 뉴스에 열광하고 이제는 명이 다한 뉴스 시스템과 결과물을 두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고대영 사장이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 뒤 “간부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왜 그 자리에 남아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지금까지의 편파보도에 책임을 지고 보직간부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5명 기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불거졌을 때, 당신들은 ‘최순실이 측근이 맞냐’며 정권 비호를 위한 은폐에 나섰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전쟁 위기감에 군불을 때며,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데 열을 올렸다. 탄핵과 특검 수사 와중에는 헌재와 특검의 속보에 침묵하고 태극기 집회를 띄우며 탄핵 저지에 안간힘을 썼다”고 비판했다.

▲ 고대영 KBS사장. ⓒ노컷뉴스
▲ 고대영 KBS사장. ⓒ노컷뉴스
이들은 “촛불시민혁명의 성과는 단지 정권을 바꿔놓은 것이 아니다. 정권교체는 단지 수단일 뿐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짓누르며 차별과 불평등을 양산했던 적폐를 걷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적폐가 쌓이는 데 주도적으로 나섰던 KBS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더 이상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당장 모든 걸 내려놓는 게 유일한 정답”이라 강조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20년차 이상 KBS기자 71명이 기명성명을 내고 “고대영의 언론 통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결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진실을 추구하고 권력을 감시하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파괴한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들의 기명성명이 이어지며 고대영 사장 퇴진을 위한 강경투쟁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아래는 기명 성명 전문.

공영방송 무너뜨린 고대영 사장과 간부들은 당장 물러나라.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데 유독 이를 외면하며 외딴 섬처럼 변하지 않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KBS다. 여전히 북풍(北風) 뉴스에 열광하고 이제는 명이 다한 뉴스 시스템과 결과물을 두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고대영 사장이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고대영 사장, 이선재 본부장, 정지환 국장, 그리고 간부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왜 그 자리에 남아 있는가? 당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이 지금 자리에 남아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이 멋대로 주무르던 후배 기자들이 잠자코 있으니 눈 질끈 감고 버티면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끝없는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당장 자리에서 내려오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불거졌을 때, 당신들은 ‘최순실이 측근이 맞냐’며 정권 비호를 위한 은폐에 나섰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전쟁 위기감에 군불을 때며,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데 열을 올렸다. 탄핵과 특검 수사 와중에는 헌재와 특검의 속보에 침묵하고 태극기 집회를 띄우며 탄핵 저지에 안간힘을 썼다. 그 뿐인가. 취재기자들의 양심을 보호하는 편성규약을 유린하며 불공정 보도에 대한 KBS기자협회와 KBS전국기자협회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징계로 짓밟았다. 부장단이 중심이 돼 기자협회 공격용 사조직을 만들었는가 하면 기자협회보에 이정현 녹취록 침묵을 비판한 후배 기자를 연고 없는 타향으로 귀양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뒷감당 운운하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내뱉으며 서슴없이 조롱했다.

촛불 시민혁명의 성과는 단지 정권을 바꿔놓은 것이 아니다. 정권교체는 단지 수단일 뿐,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짓누르며 차별과 불평등을 양산했던 적폐를 걷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적폐가 쌓이는 데 일조한, 아니 주도적으로 나섰던 KBS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개혁의 태풍이 KBS에 상륙했을 때, 당신들은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더 이상의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모든 걸 내려놓는 게 유일한 정답이다. 그게 당신들이 사랑했다던 KBS를 위한 마지막 행동이다.

여태 그랬던 것처럼, 특유의 기회주의로, 특유의 변신 능력으로 자리에 남아 변화의 물결에 슬쩍 올라타려는 시도는 꿈도 꾸지 마라. 우리가 두 눈 뜨고 지켜봐 왔고, 지켜볼 것이다.

당신들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KBS 저널리즘, 이제 우리가 고이 모셔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국민들께 다시 사죄하며 우리들의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길로 나설 것이다. 그 길에 당신들이 또 한번 걸림돌로 박혀 있다면 그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장담할 수 없다.

우리의 마지막 경고다. 이제는 받아들여라.

2017년 5월 26일,

KBS 10년차 이상~20년차 미만 기자 215명

권재민 김대영 김민철 김진희 김태욱 박현진 박일중 박주경 조성훈 최서희 최영철 황동진 김귀수 김기현 김 석 김정환 김학재 모은희 이 랑 이병도 이정화 이진석 이진성 정수영 정영훈 정윤섭 정지주 정홍규 홍희정 김세정 김양순 박석호 공아영 국현호 김명주 김현태 김희용 박수현 변성준 서지영 송상엽 오광택 이경진 이소정 이승준 이정민 이충헌 정창화 최건일 최진아 강희준 김가림 김기중 김도환 김영인 박선자 박장훈 범기영 백창민 손기성 우수경 위재천 윤진 이광열 이승훈 이철호 이효연 이효용 이화연 임명규 최선중 최지영 홍정표 강성원 강수헌 강정훈 구경하 곽근아 김계애 김민아 김선영 김성한 김시원 김태석 김해정 노윤정 노준철 류성호 류 란 박경호 박상훈 박효인 박 현 송민석 송현준 심각현 양민효 엄기숙 염기석 우동윤 유용두 윤나경 은준수 이수정 이승준 이재석 이정은 이종완 이진연 이이슬 임재성 임현식 정현숙 조승연 진정은 차정인 최영준 한주연 황재락 황현택 강재훈 강탁균 공웅조 김기범 김종수 김중용 노동수 박병규 박미영 박상용 박영하 박은주 박지은 서재희 송명희 송명훈 송형국 신봉승 엄진아 오중호 우한울 이성각 이재교 이재민 이재섭 이지현 이하늬 임주영 조미령 지종익 채승민 천춘환 최광호 최세진 최영윤 최혜진 함영구 황정환 고진현 곽선정 김동욱 김문영 김상민 김성현 김연주 김용덕 김정은 김준범 김지선 김태현 김효신 박상현 박선우 박주미 변진석 서영민 손은혜 신지원 안다영 오수호 유지향 윤지연 이만영 이수진 이종영 임종빈 조태흠 최송현 최창봉 최형원 한규석 황현규 고순정 고은희 김경진 김도영 김민경 김재노 김진희 백미선 손원혁 신방실 양성모 유동엽 유승용 이정훈 장성길 정환욱 조세준 조정인 조지현 최경원 최재혁 한승연 허솔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