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만료를 앞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JTBC 태블릿PC 보도는 사법적 판단 이후에 심의를 해야 한다며 다음 위원회에 공을 넘겼다. 구 여권 위원들은 문제적 심의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보수단체의 비난을 의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JTBC 태블릿 PC 조작논란이 제기된 보도 2건에 ‘의결보류’ 결정을 내리고 입수경위를 설명한 보도 1건에는 경징계인 ‘권고’제재를 내렸다. 

심의 대상이 된 보도는 △2016년 10월24일 최초 태블릿PC 내용 보도 △2016년 12월8일 태블릿PC 입수 날짜 언급 관련 보도 △2017년 1월11일 태블릿PC 입수경위를 설명한 보도 등 3건이다.

▲ JTBC 뉴스룸 '태블릿 PC' 관련 보도.
▲ JTBC 뉴스룸 '태블릿 PC' 관련 보도.

구 여권추천 위원 6인은 태블릿 PC 조작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첫 번째와 세 번째 보도를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밝히면서 ‘의결보류’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권 또는 행정조사권이 없는 위원회로서는 방송내용만을 가지고 민원인이 주장하는 조작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구 여권 추천 위원 6인의 입장을 전했다.

‘입수날짜 언급 관련 보도’는 “태블릿PC 발견 당일 기자가 사무실에서 (태블릿 PC를) 갖고 나온 사실이 없는 것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했다”며 경징계인 ‘권고’제재를 내렸다. 당시 보도에서 JTBC는 태블릿 PC를 더블루K 사무실에서 발견한 뒤 충전기를 구입하기 위해 태블릿PC를 들고 나왔다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이 과정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 야권 추천 위원 3인은 세 보도 모두 ‘문제없음’을 의결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표결에서 밀렸다.

앞서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입수해 국정농단 사실을 폭로하자 친박단체측은 JTBC가 태블릿PC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방통심의위가 있는 방송회관 점거농성을 이어갔다. 친박단체는 JTBC가 태블릿 PC 파일 목록을 보도할 때 태블릿PC 화면이 아닌 일반 PC화면을 보여준 점 등이 조작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JTBC는 태블릿 PC 속 여러 폴더에 있는 국정농단 증거 파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PC로 옮겨 한 곳에 모은 것이다. 특검과 검찰 역시 태블릿 PC는 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태블릿PC의 위치정보도 기록되기 때문에 친박단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특검, 검찰, 통신사, 더블루K 사무실 관리인이 짜고 거짓말을 했어야 한다.

구 여권 추천 위원들이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의결보류 결정을 내린 건 ‘명분’일 뿐이며 문제적 심의를 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면서도 친박단체의 비난을 피하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송 중이기 때문에 심의제재 결론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 지난해 방통심의위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MBC 보도에 대해 박 시장이 MBC가 허위보도를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경징계인 ‘의견제시’ 결정을 내렸다. 당시 구 여권 추천 위원들은 ‘문제없음’을, 구 야권 추천 위원들은 ‘중징계’를 요구해 논쟁을 벌이다 합의한 것이다.

방통심의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친박진영이 대선 정국에서 탄핵의 원인이 된 ‘태블릿PC 보도가 조작이었다’는 결론을 내 판을 흔들려 했던 상황에서 구 여권 위원들이 떠밀린 면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무리하게 제재를 내리자니 논란이 불거질 게 뻔했다. 결국 대선 이후까지 계속 심의일정을 미루면서 시간을 벌다 임기를 끝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원 9인의 임기는 내달 12일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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