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1980년대 동아일보 기자 시절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에 대해 ‘위대한 영도자’라고 표현하는 등 찬양 기사를 썼다는 지적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왔다.

실제 이 후보자가 쓴 기사를 확인한 결과 해당 표현은 이 후보의 논평이 아닌 당시 권익현 민정당 사무총장이 한 말을 기사로 옮긴 것이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동아일보 정치부 기사로서 글 쓴 칼럼을 보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놀랍다, 잘됐다’라는 반응을 얻을만하다고 평가했다”며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위대한 영도자’라는 표현도 자주 나온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쓴 기사 중 ‘위대한 영도자’라는 표현이 나오는 기사는 1983년 1월26일 동아일보 지면에 실린 “‘이 지방은 민정의 뿌리’… 경남 출신 의원들 전 대통령 선영 참배” 기사 하나뿐이었다.

이 기사는 1983년 1월25일 경남 합천에서 열린 민정당 의령·함안·합천 지구당 개편대회 격려사를 한 권익현 사무총장이 “이 나라의 위대한 영도자이신 우리당 총재(전두환) 출생지인 이곳에서 평생 동지들이 모여 정기위원회(개편대회)를 갖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발언한 것을 옮긴 것이었다.

▲ 5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이 이 후보자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쓴 기사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5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이 이 후보자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쓴 기사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즉 이 기사는 당시 집권여당 행사를 취재한 이 후보자가 주요 당직자의 발언을 기사로 전달한 동정 보도로, 기자의 주관적인 논평이 아니다. 이를 테면 현재 야당 사무총장이 전두환을 찬양하는 발언을 한 것을 언론사 기자가 옮긴 것과 같은 보도행위다.

김광수 의원은 “후보자가 1980년대 언론인들이 탄압을 받던 시기에 전두환 독재 권력에 저항하기보다는 치적을 홍보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등 사회정의에 대한 신념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기자로서 이와 같은 저항의식이나 역사의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홍보성 기사를 쓴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떳떳하지는 않다. 부끄럽다”면서도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였고, 당시 언론인들의 여러 행적에 대해서 언론을 비판하고 분석하는 여러 매체가 있지만 내가 그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내가 만약 아주 몹쓸 짓을 한 기자였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나를 발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직돼서 큰 고통을 겪은 선배들께 늘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 당시에 나는 견습을 막 끝내 언론자유 운동에 끼워주지도 못할 정도로 어린 기자였다”며 “내가 견습을 마치고 약 보름 뒤에 10·26 사태가 났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 후보자의 ‘전두환 찬양기사’ 등 과거 행실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김광수 의원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이날 오후 청문회 재개 후 첫 발언에서 “지난 대선에서 소위 ‘문빠’라고 해서 패권주의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후보자가 이걸 일부러 조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청문회에 임하는 위원으로서 유감을 표한다. 좀 자제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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