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이상 KBS 중견기자 71명이 기명성명을 내고 “고대영 사장은 본인이 심은 적폐들과 함께 당장 KBS를 떠나라”며 공식으로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준희 YTN 사장의 자진 사임을 기점으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언론적폐청산’이란 사회적 열망과 맞불려 사내에서 분출되는 모양새다.

KBS 중견기자 71명은 24일 성명을 내고 고 사장을 가리켜 “박근혜 탄핵과 촛불집회 보도에서국민의 분노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은폐 축소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한 뒤 “고대영의 언론 통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결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진실을 추구하고 권력을 감시하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서울 여의도 KBS본관.
▲ 서울 여의도 KBS본관.
이들은 또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을 축소한 것도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의 지휘 아래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으며 “희대의 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도 고대영 보도본부장 때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대영은 사장이 되어서도 공영방송을 정권에 헌납하기 위해 매진했다. 사드 도입과 관련해 정권 편향적 보도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었고, KBS 기자들이 수년에 걸친 노력 끝에 만든 ‘친일과 훈장’ 프로그램은 끝내 불방 되었다”고 비판했다.

중견기자들은 “부역 언론인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라며 고대영 사장을 향한 강경 퇴진투쟁을 예고했다. 20년차 이상 중견기자들의 기명성명은 20년차 이하 기자들의 집단행동에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의 기수별 성명은 양대 노조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고 사장은 2014년 길환영 사장 퇴진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지난 22일에는 전직 KBS기자협회장 11명이 기명성명을 내고 고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뉴스가 무너진 것은 대다수 기자들의 뜻을 묵살하고 극단적 이념 편향, 정권 편향으로 치달은 고대영 사장과 전·현직 보도본부장, 정지환 보도국장과 주간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고 사장은) 리더십 붕괴로 해임된 길환영 전 사장의 전철을 밟지 말고 스스로 결단하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