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이 2014년으로 돌아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심리치료를 담당했던 최호선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지난 19일 제주국제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세월호 보도 3년, 반성과 성찰’ 세션에서 언론에 당부했다.

최근 세월호가 인양되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언론이 다시 세월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참사 초기 유가족들이 밤낮없이 전화해서 울고, 아이 돌 사진 보내고 그러셨다. 최근 다시 이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유념해서 기사를 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현장이 다시 반복적으로 보도되면서 상처를 회복하던 유가족들이 다시 현장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물론, 진상규명 국면에서 언론이 세월호 참사를 다시 조명하지 않을 수는 없다. 최 교수는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이 목포신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다는 보도를 예로 들며 “이처럼 앞서서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분들이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지, 그들이 삶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회복의 시간을 가졌는지 언론이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동거차도 앞바다에 있는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사진=이치열 기자.
▲ 동거차도 앞바다에 있는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사진=이치열 기자.

참사 3주기를 맞아 되돌아본 참사 당시 언론의 문제는 심각했다. 최 교수는 참사 당시 ‘고통을 전시’하는 보도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고통스러운 모습만 담는 게 문제다.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데, 무조건 고통스러워하는 게 맞는 것처럼 보도하며 자극적으로만 다룬다. 당시 한 유가족이 ‘나는 저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데 비정상인가요’라고 묻더라”라고 전했다.

심영섭 한국외대 외래교수는 ‘사유하지 않는 언론의 관행’을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언론은 세월호 참사에 ‘기한’을 뒀다. 용서와 치유의 과정에 있어야 하는데 생략하고 ‘이제는 잊어야 한다’며 세월호를 ‘사소한 슬픔’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 역시 “2014년 5월, 지상파 아침 프로그램에서 ‘사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주제로 섭외를 했다”면서 “참사 직후에 이런 방송을 하는 건 굉장히 부적절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 같은 문제는 ‘부역’이라기보다는 언론인 자신의 일상화된 관행을 반복해온 것”이라며 “(이 같은 관행이) 정해진 기한 내에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충실한 조력자이자 상징조작의 집행인으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언론은 세월호 참사를 ‘사소한 슬픔’이 아닌 ‘진중한 애도’로 저항하는 이들에게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했고, 딸아이의 억울한 죽음을 신원하고자 단식에 들어간 한 아버지에게는 ‘종북’의 덫을 씌우려했다”면서 “MBC는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희생자에게 지불될 보상금과 보험료가 억대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며 문제적인 보도를 지적했다.

지금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이 다시 벌어진다면 언론은 달라질 수 있을까? 박진우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바뀌고 관료가 바뀌고, 취재환경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언론은 달라질 수 있을까.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속보경쟁 탓에 연합뉴스가 조은화양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을 때 ‘확인’됐다고 단정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SBS의 ‘세월호 인양 연기 의혹’ 보도는 데스크가 기사를 뜯어고치며 맥락이 달라지는 관행의 문제를 드러낸다.

박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이 ‘재난보도준칙’을 만든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속보경쟁, 현장과 괴리된 데스크 판단 등) 늘 똑같은 방식으로 보도를 하다가 사고를 낸 건데, 재난보도에만 적용하면 되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기자협회에서 만든 강령을 기자들이 알고는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
▲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

세월호 참사를 오랜 기간 취재해온 정은주 한겨레 기자는 그럼에도 ‘작은 변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은 짧은 시간에 빨리 판단하는 게 관행이다. 그런 상황에서 1~2년차 기자의 보고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겨레는 이번 인양현장에 16년차 기자인 내가 가게 됐다”는 것이다. 정 기자는 “만일 현장에 손석희 JTBC 사장처럼 연차가 높고, 신뢰를 받는 언론인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총회에서 강나루 KBS 기자는 “구조작업 지지부진한 문제와 유가족 입장을 전하려고 했다”면서 “가족이 격양돼 있으니 (당시 데스크가) 그 이야기는 온전히 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장과 데스크의 괴리를 드러낸다.

이번 인양 현장에서 정 기자는 ‘예측’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자 보도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언론사 내부에서는 당연히 인양이 되니 유가족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의 유가족들은 무서워서 몸을 떨고 계셨다. 아이들이 죽어간, 참혹한 현장에 가는 게 무서웠던 거다.” 정 기자는 데스크들을 대화방에 초대해 ‘절대 반기는 톤으로 나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겨레는 인양 현장 보도에 “‘제발…어떤 심정이냐는 물음만은…’”이라는 제목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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