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 사이 매매된 부동산 거래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를 의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대목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애초부터 피의자였던 우병우 전 수석과 김정주 넥슨 회장 측 진술에 무게를 두고 수사 결론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면서 재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병우 전 수석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의혹 핵심은 우 전 수석, 김정주 회장과 친분관계에 있던 진경준 전 검사장이 우 전 수석의 처가 소유의 부동산이 매도되지 않자 김정주 회장에게 부탁해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우병우 전 수석은 2015년 청와대 근무 당시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인사를 검증했지만 넥슨 비상장주 8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업무 연관성과 연결지어 문제삼지 않았다.

우병우 전 수석 처가와 넥슨과의 부동산 거래가 진 전 검사장의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대가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이에 검찰은 넥슨이 우병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인 줄 모르고 매매했다는 입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 2016년 11월6일 밤 9시25분 경 횡령·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우병우(왼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에서 팔짱을 낀채 검찰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조선일보
▲ 2016년 11월6일 밤 9시25분 경 횡령·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우병우(왼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에서 팔짱을 낀채 검찰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조선일보

그런데 불기소 결정문에 넥슨이 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임을 파악한 문건을 작성했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한겨레가 5월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부동산 거래 사건 불기소 결정문에 지난 2010년 9월 작성된 '소유자 인적사항 정리'라는 문건에서 우병우(서울지검 금융조사 2부장)이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는 내용을 넥슨이 보고 받았다고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언론보도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넥슨 직원 임아무개 팀장은 일본 은행 자금 차입 때 필요한 서류라는 목적으로 관계자들에게 지시해 우병우 전 수석의 직책이 명시된 인적사항 문건을 만들었고 임 팀장은 넥슨의 또다른 직원인 황 아무개에게 해당 문건을 전달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이 문건을 입수하고 작성 관계자들의 진술까지 확보하고도 이전까지 넥슨 쪽 관계자들이 문건과 달리 거짓 진술한 이유를 캐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무혐의 근거로 삼은 진술들이 객관적 물증과 어긋나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재수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넥슨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에도 상부 보고가 있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고, 일부 실무자들만 (해당 문건을)메일로 주고 받았음이 확인"됐다면서 "실무자 및 김정주 등을 상대로 보고여부를 확인했으나 모두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해명했다.

우병우 전 수석의 존재를 적시한 문건을 넥슨 측이 작성한 것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인데도 실무자급에서만 문건이 오고갔다는 넥슨 측 진술이 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또한 "상속세가 수백억 원 밀려 있어 부동산을 팔아야 한다"고 우병우 전 수석 부인 이모씨가 부동산 업자에게 한 증언을 확보해놓고도 "당사자인 이아무개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고...(중략)...부동산 업자는 위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우병우 처가 측이 급하게 매도하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넥슨 측이 다른 매수인에게 매도할까봐 급히 계약을 서두르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의혹의 핵심을 입증해줄 문건과 증언이 나왔는데도 정반대 편의 진술과 주장에만 무게를 실으면서 부실수사가 아니라고 하는 셈이다.

검찰 해명 중 서로 모순되는 내용도 보인다. 한겨레 첫 보도에 대해 검찰은 "넥슨이 매입 의향서를 교부한 게 2010년 3월이고 우 전 수석 처가 쪽이 매도 의향서를 교부한 게 2010년 8월께"라며 이미 거래가 정해졌기 때문에 우 전 수석의 처가 땅이라는 것을 9월(문건 작성 시기)에 인지한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두번째 보도에서 "2010년 9월에 계약이 확정됐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2011년 3월 최종 계약 때까지 매매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검찰은 "넥슨 측에서 2011. 2월 경 최종 매매 계약을 2011년 3월 18일까지 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한다고 통보해 그때서야 우병우 처가 측이 계약을 한 것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해명은, 우병우 전 수석 처가 부동산 거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급전이 필요해 매각했다는 고소인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를 적극 원했던 쪽은 넥슨 쪽이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우병우 전 처가 쪽 부동산임을 파악한 문건 작성 시기(2010년 9월)에 최종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인한 꼴이 됐다.


검찰의 언론 해명 자료 뿐만 아니라 불기소 결정문에도 우병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이라는 것을 파악한 문건을 작성한 경위에 대해 넥슨 측 진술과 주장만을 쉽게 믿어버리는 대목도 눈에 보인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서 "참고인 김종훈도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의 딸이 4명이고 사위에 교수와 검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뿐 이름을 모른다고 진술한다"고 해놓았다. 그러나 "김아무개는 소유자 인적사항을 정리하려 달라는 말을 듣고 위와 같은 내용을 인터넷에서 확인하거나 김종훈에게 물어서 작성"했다고 썼다. 참고인 김종훈은 우병우 전 수석의 이름을 몰랐다고 했지만 문건을 작성한 사람은 김종훈에게 우병우 전 수석 처가의 관계를 물어봤다는 모순된 내용이다.

부동산 소유자의 사위가 검사라는 증언이 수차례 나왔고, 이를 파악한 문건까지 작성됐는데 검찰은 "부동산의 거래에 진경준의 소개로 피의자 우병우, 피의자 김정주가 관여하였음을 인정하는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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