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주째를 맞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정책지시에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박찬종 변호사가 잇달아 쓴소리를 했다.

5선의원을 지낸 보수정객인 박찬종 변호사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비판할 게 아니라 오대산 자락에라도 가서 대성통곡하라 했더니 대성통곡은 고사하고 친박 호위무사들이 더 날뛰고 발호한다”며 “전당대회의 당권을 쥐겠다고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변호사는 일주일 전인 16일 본지인터뷰에서 진심어린 반성이 먼저라고 비판했다.-박찬종 “文, 확연히 달라… 홍준표-한국당은 반성부터”)

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지 않음으로써 보수 세력 결집을 가로막고, 박근혜 재판에조차 악영향을 줘 정상참작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박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탄핵 파면에 구속까지 당한 전직 대통령을 앞에 두고 검찰과 특검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잘못한 일은 없는지 무릎꿇고 사죄해야지 왜 더 저러느냐고 반문했다. 박 변호사는 “이들은 박근혜 보위를 위해 이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국회의원 한 번 더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며 “‘모든 게 우리 잘못이니, 우리를 버리라’고 해야 보수가 결집되고 그래야 건전하게 문재인 정권 비판할 길도 트일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며 “이렇게 뻔뻔할 수가 없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른바 친박 호위무사들을 버리고 다 자유한국당을 나와야 한다며 그래서 좋은 정당을 만들어야 하고, 홍준표 전 대선후보도 여기에 끼려면 말 함부로 안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소집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당대표 및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2차 전당대회를 7월 3일에 개최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자유한국당
▲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소집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당대표 및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2차 전당대회를 7월 3일에 개최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자유한국당
이와 함께 이날 법정에 처음으로 출석한 전 대통령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 박 변호사는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문민시대 대통령으로서는 유일하게 법정에 출석한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 “대통령이 이 지경까지 추락한 오늘의 이 장면은 후일 헌정사에 교훈이 될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은 물론 국가지도자들이 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피고인측이 법정에서 혐의사실을 모두 부인한 것을 두고 박찬종 변호사는 “그는 왜 자신이 탄핵에 이어 법정에까지 서게 됐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가원수로서, 헌법을 수호할 최고책임자로서, 국민통합을 실천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2주 동안 보여주고 있는 소통행보를 들어 “대통령은 당연히 이런 형태의 소통을 해야 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런 형태의 소통을 100% 하지 않았다”며 “구중궁궐 같은 관저에 들어가 사람도 안만나고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장관 면담도 안하다 보니 최순실이 끼어들 여지를 만들어줬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본인이 재판까지 받고 있는 궁극적 원인이 바로 이것”이라며 “(아직도) 이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밖에 박근혜 주변에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총리 장관까지도 모든 이들이 ‘작은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로 포진한 점도 오늘의 사태를 낳게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아무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지 않고, 회의 때 대통령의 모든 말을 받아적기만 했다”며 “이렇게 머리 조아리고 충성을 바쳤지만 이 충성은 작은 충성이었다. 이런 작은 충성은 큰 실패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당선 직후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이른바 ‘7인회’의 좌장격인 고 김용환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최태민의 그림자를 지우라’고 하자 박근혜씨가 레이저광선을 쏘면서 ‘그 말씀하려고 저를 도왔느냐’고 한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이 얘기가 내부적으로 ‘김용환이 팽 당했다’고 전파돼 주변에는 대통령 뜻에 거슬리게 얘기하지 않는 ‘작은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로 짜여졌다”며 “자업자득”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모든 혐의를 부인한 전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해 박 변호사는 “기소한 검사들은 물론이고 40대 중반 밖에 안되어 보이는 재판부(부장판사 배석판사 등 3명)와 수많은 법관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며 “과연 어찌 이 사람이 행정 수반이었는가, 어찌 속좁은 사람이 대통령이었는가, 형편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폭이나 시정잡배도 잘못한 일로 법정에 서면 눈물 흘리며 반성과 속죄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박 변호사는 전 대통령인 피고인 박근혜씨의 입에서 이날 하늘과 땅이 울리는 속죄의 고백이 나올 것을 일말 기대했다고 한다.

▲ 뇌물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 피고인과 최순실 피고인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주재로 열린 공판에 나란히 출석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뇌물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 피고인과 최순실 피고인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주재로 열린 공판에 나란히 출석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는 “하늘과 땅을 울리는 진술이 혹시나 있었으면 했다”며 “그가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며, 국가원수, 행정수반, 대통령으로서 권한행사의 신중을 기하지 못해 권력누수가 생김에 따라 이런 불행한 일이 생겼다, 전부 제 책임이지, 옆에 앉은 최순실 책임도 아니다, 구속된 수석비서관 장관 비서실장 책임도 절대 아니다, 이들은 모두 내 눈치보고 한 것이니 나만 처벌하고 나머지는 관대하게 풀어달라, 역사앞에 죽을 죄를 졌다’고 진술했다면 어찌됐을까 생각해봤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나는 탄핵 전에 그가 이런 말을 하면 탄핵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방송에서도 지속적으로 얘기해왔다”며 “그렇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말 억울하다. 어찌 이런 대통령과 4년을 지내왔던가”라고 비통해했다.

한편, 4대강 감사지시 및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인사를 맹비난한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박 변호사는 쓴소리를 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은 2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4대강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이 감사를 지시했든 이것은 전형적인 정치 감사이자 법적 위반절차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권한대행은 “전 정부의 일이라면 무조건 부정하고 적폐로 보면서 부관참시 하듯이 보복하고 뒤집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박찬종 변호사는 “보복 차원이 아니라고 본다”며 “사업 자체가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등 남한 전체를 흐르는 4대강을 환경영향평가 한 번 없이 한꺼번에 뒤집어 삽질했다”며 “영산강이 가장 문제가 심했으면 영산강만 정비했어야지 성과주의로 모두 한꺼번에 했으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연히 정책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두고 ‘대통령의 직접적인 검찰수사 가이드라인을 청와대가 내린 것’이라는 정우택 권한대행의 이날 주장에 대해 박 변호사는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자 검경의 총사령관이니 (관련사항을) 지시할 수 있다”며 “다만 그러면 너무 큰 혼란이 일어나니 검찰 지휘는 법무장관을 통해 지휘할 수 있도록 돼 있고, 그런 절차를 거쳐 인사를 했으리라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검찰 독립성이 어느 정도 유지할 지는 지켜볼 일”이라며 “윤 검사장 기용만으로 수사권 독립을 훼손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2주 동안 문재인 대통령 인사에 대해 박찬종 변호사는 “지금까지 장관급 이상, 수석비서관급 이상에 대해 대략 30%를 내정 또는 임명했는데, 현재까지 보면 비판세력, 반대편 야당 출신들을 차별 없이 기용한 것은 탕평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점도 언급했다.

강경화 내정자에 대해 박 변호사는 “여성각료를 30% 늘리겠다는 일환으로 외관상 훌륭한 경력을 존중해 선택한 것은 평가할 일”이라며 “딸이 이중국적을 가졌으며 위장전입했던 부분도 역대 정권의 이중국적이나 위장전입에 비해 약한 편이다. 정작 주목할 점은 기수서열이 엄격하고 폐쇄적인 외교부를 ‘외인부대 지휘관’이 과연 통솔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 근무하면서 글로벌 외교경험은 있지만 한반도 둘러싼 4강 외교 대북 핵문제의 경우 이를 돌파할 식견이 있는지 미지수”라며 “검증 과정에서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찬종 변호사가 지난해 총선 때 유승민 무소속 후보에 대해 지원유세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박찬종 변호사가 지난해 총선 때 유승민 무소속 후보에 대해 지원유세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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