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조원진 의원을 내세워 박근혜 탄핵 무효화를 주장하며 극우 보수 목소리를 냈던 새누리당이 내부 갈등으로 와해 직전이다. 대선 당시 당비와 후원금을 둘러싼 시비까지 불거졌고 새누리당 핵심 간부였던 정광용 사무총장은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발단은 새누리당 대표를 맡았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자당 후보인 조원진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권 전 부장은 이 같은 입장이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당 지도부의 당론이라고 밝혔다. 당원들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당 대표의 일탈 행위를 방치하고 당원들을 상대로 조원진 후보 지지를 명분으로 특별 당비까지 걷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권 전 안기부장은 지난 17일 한 언론 매체에 출연해 “4월29일 서울광장 유세장에서의 조원진 후보 사퇴 및 홍준표 지지 선언은 당 지도부의 당론”이었다고 말했다.
권 전 안기부장이 조원진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홍준표 지지 입장을 정해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탈당을 받아들이지 않고 16일에서야 탈당계를 처리했다는 것이 새누리당 당원들의 주장이다.
권 전 안기부장은 새누리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자당 후보인 조원진 후보의 사퇴까지 주장하는 촌극이 연출됐다는 지적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 대표가 자당 후보를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두차례에 걸쳐 조원진 후보 선거 운동을 위한 특별당비를 걷겠다고 공지했다.
자당 후보를 비난하는 당 대표 인사의 탈당계도 처리하지 않고, 징계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특별당비까지 걷겠다고 공지하자 이에 반발한 일부 새누리당 당원들은 사기죄로 고소장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당원들이 지도부 교체 요구를 들고 나왔다. 자칭 ‘새누리당 혁명파’라고 한 변희재와 정미홍 등은 새누리당 지구당 대표 및 주요당원 긴급회의를 열어 새누리당 정광택 대표와 정광용 사무총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켰다.
이들은 “대선 기간 내 당과 후보에 칼을 꽂은 권영해 당대표를 다시 복당시키려 하고, 밤낮으로 선거운동에 매진한 조원진 후보와 당원들을 비하하고 음해하는 공개 글과 영상을 올린 정광용과 정광택을 더 이상 당 지도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광택 대표와 정광용 총장이 당원들 의사와 상관없이 추대돼 자리에 오른 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음에도 새 지도부 구성을 막고 있다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까지 세웠다.
정광택 대표 등은 변희재의 문제제기에 대해 윤리 당규를 위반했다며 윤리위 회부를 통보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당 자금 문제까지 불거지자 정광용 사무총장은 “당 자금은 선관위 관리/보고 하에 있으며 단 돈 1원 이상이라도 있으면 국법에 따라 사법처리 된다”는 내용의 글을 박사모 카페에 올렸다.
새누리당 내부 갈등은 수구 세력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근혜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오던 박사모를 포함한 보수단체를 뒷배경으로 당을 창당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내세웠던 이들이 명분을 강조했지만 결국 불투명한 당비 사용 문제로까지 갈등이 확산된 것은 전형적인 기득권 다툼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3명의 사상자를 낸 헌법재판소 앞 폭력집회에 대해서도 이들은 책임자 처벌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22일 정광용 새누리당 총장에 대해 집시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행치상,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