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개혁 과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법외노조 행정조치 철회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민주연구원이 촛불개혁 10대 과제로 교원노조 합법화 문제를 보고서에 올리면서다.

민주연구원이 "즉시 시행 가능한 것으로 제안된 촛불개혁 10대 과제"로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이라는 짧은 문구를 보고서에 포함시키자 중앙일보는 22일 전교조 합법화가 추진된다고 보도하고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전교조 합법화 추진 여부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이 좀 지났지만 한 번도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교조 합법화 문제는 보수의 결집을 불러오고 이념 대립 문제로 격화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해당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입법 과제 실현이 만만치 않은데 전교조 문제가 전면에 불거지면 초반부터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교조 합법화 문제는 촛불민심의 화두인 적폐청산을 위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연구원도 밝혔듯이 충분히 행정부가 '노조 아님 통보' 조치를 철회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전교조 문제는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가 '노조 아님'을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해고된 조합원을 노조 구성원으로 두는 것은 교원노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고 전교조가 거부하자 이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이어 교육부는 행정조치 후속으로 전임자 권리 박탈, 사무실 임대료 회수, 단협 무효화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1989년부터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하고 있던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의 행정조치 하나로 하루아침에 노조의 지위를 잃고 교사들의 노조 활동 권리가 박탈된 것이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후속 조치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행정조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교육부의 조치는 임의조치에 해당한다. 노동계나 학계 의견 그리고 판례에 따라 법외노조라고 하더라도 헌법상 노조의 지위가 자동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故 김영한 업무 일지에 따르면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의 주요 감시 및 탄압 대상으로 기록돼 있다. 전교조 문제가 단순히 법 조항의 위반에 따른 게 아니라 보수 정권의 정치적 탄압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1심과 2심에서 패소하고 헌법재판소에서 교원노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행정조치와 교육부의 후속조치가 정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는 헌재의 결정은 해고된 조합원을 둘 수 없다는 교원노조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뜻일 뿐 법외 노조이기 때문에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영구 변호사(민주노총법률원)는 지난해 토론회에서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에 의하면, 사용자에 의하여 해고된 교원은 해고되는 순간 직장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 역시 상실하게 된다"면서 "그 결과 해고된 교원은 일상적인 조합활동에서 배제되며, 만일 해고된 교원이 노동조합의 임원이었다면, 당장 해당 노동조합의 활동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사용자로서는 그에게 적대적인 활동을 하는 노동조합 임원에 대해 그가 전권을 가지고 있는 해고권을 행사하기만 하면, 그를 직장에서 내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주도하는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해고를 하는 순간 해당 노동조합 임원은 더 이상 조합원을 대표할 자격을 가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며 "달리 말하면 이제 사용자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노동조합의 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해고권”이라며 위헌을 주장했다.

▲ 2015년 11월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변성호 위원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2015년 11월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변성호 위원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용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있다고 근거로 둔 법 조항은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과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1항이다.

현직 교원이 아닌 자를 교원노조의 조합원 범위에 두는 것이 교원노조법 위반이라고 할지라도 교원노조법 시행령과 노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전교조는 '노조가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신고서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이 30일의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에 대해 "노조 설립 신고 시 심사에 관한 규정을 악용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고용노동부도 이 같은 지적을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보수단체들이 전교조의 설립 취소를 요구하자 2013년 2월 이재갑 노동부차관은 관계자들을 만나 “전교조의 법외노조통보 조항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있어 근거규정 자체가 약하고 법률검토 결과 헌법상 피해 최소성의 원칙에 반해 자칫 위헌소지가 크다”고 전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22일 통화에서 "고용노동부의 과도한 임의행정 조치로 군사정권에나 있을 수 있는 특정 노조 해산을 부활시킨 것으로 본다. 해당 시행령은 독소조항으로 국무회의에서 폐기할 권한이 있다.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교욱부의 후속 조치가 우선적으로 철회돼야 하고 고용노동부가 적용한 임의조치인 시행령을 폐기할 경우 전교조는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

전교조는 나아가 해고 조합원을 둘 수 없다는 교원노조법을 개정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을 막고 있는 국가공무원법까지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대변인은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 문제는 김영한 업무 일지에서 보듯이 국정농단의 일환이었다. 입법부와 사법부를 사찰하고 개입하는 정황까지 나왔는데 전교조 법외노조 패소 판결인 1심과 2심도 사법부의 독립적인 논리에 따른 판결이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송 대변인은 "전교조 합법화 문제는 지지여부를 떠나 헌법 기본권에 해당하는 문제다. 전교조를 못마땅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교사가 노조 활동을 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노조를 불온시하는 인식, 헌법상 권리를 제약하는 이 같은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새로운 사회로 가는 과제"라며 "보수 세력이 문제 삼는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청와대가 매몰차게 생각한 바가 없다고 하니 적잖이 섭섭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도 성명을 통해 "전교조 공격에 현 정부가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철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노동존중 사회와 노조 가입율 제고를 위한 첫 발걸음"이라며 "도리어 대표 적폐인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후순위로 취급하면 개혁과제가 밀려 되레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새 정부가 촛불 광장의 염원을 실현하는 길에 진정성 있게 나서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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