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KBS를 정권 편향 방송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온 김인규 전 KBS 사장이 최근 경기대 총장 공모 절차에 지원신청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KBS 내부에서는 언론분야의 적폐대상으로 거론된 인사가 이제는 공영방송도 모자라 지성의 전당인 대학까지 망치려 드느냐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경기대학교 등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최근 경기대 총장 공모에 신청서를 접수한 7명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대학교 관계자는 2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김인규 전 사장이 응모한 것은 맞는 것 같다”며 “공모 절차는 내일부터 진행시작인데, (김 전 사장의 신청이) 약간의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대학교는 지난 18일 접수마감을 통해 모두 7명의 후보자 접수를 받았다. 경기대는 22일까지 서류심사한 뒤 23일 소위원회에서 1차심사에서 3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해, 오는 26일 열리는 이사회(26일)에 상정한다. 선정된 3명의 후보자는 이날(26일) 오전 이사회에서 이사들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이후 회의에서 투표 등의 방법으로 총장을 최종 선출한다.

입후보한 7명 가운데 언론인 출신 1명(김인규 전 사장)을 제외하고는 현직 경기대 교수 3명이 내부 투표 통해 신청을 했으며, 3명은 경기대와 연관돼 있던 사람이라고 경기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인규 전 사장은 경기대와 인연은 전혀 없고, (다른 대학 석좌교수 등을 하면서도 경기대에) 출강한 적도 없다”며 “(이사회 누군가와) 다른 인연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 김인규 전 KBS 사장이 2012년 7월26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 자격으로 평양 방북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인규 전 KBS 사장이 2012년 7월26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 자격으로 평양 방북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인규 전 사장의 총장 후보자 신청으로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경기대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 KBS 내부에서) 노조 탄압을 했다는 비판도 있고 해서 총장으로서 (이 같은 과거 전력이)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며 “(내부에서) 조금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이런 전력이 기본적인 자격조건에 제약되진 않지만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마이너스 요건이 되지 않겠느냐”며 “내부적인 비판이 있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이런 부분들을 심사대상으로 올렸을 때 심사숙고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KBS본부)는 22일 오후 성명을 내어 김인규 전 사장의 경기대 총장 공모 참여를 비판했다.

KBS 본부는 “경기대 총장 공모에 김인규 씨가 지원 서류를 제출했다고 복수의 학교 관계자가 밝혔다”며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다. 공영방송도 모자라 이제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교마저 망치려는가”라고 비판했다.

KBS 본부는 김인규 전 사장에 대해 “바로 언론탄압 정권인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인물로 정권 2년차에 공영방송 KBS에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와 KBS를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킨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김 전 사장이 KBS 사장 시절 △독재자 이승만 미화 △간도특설대 출신 친일파 군인 ‘백선엽’ 찬양 다큐 제작 및 방영 강행 △MB 정권 4대강 기공식, 준공식 등 생중계한 반면, 4대강 비판 프로그램이나 뉴스는 불방 또는 중단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KBS본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진실보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발맞춰 ‘안보팔이’식 보도를 하다가 국민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듬해인 2011년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이 불거지자 KBS 기자가 야당 회의를 몰래 도청해 여당 관계자에게 넘겨줬다는 의혹과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지만, 김 전 사장은 당시 사태의 전말을 보고받고도 제대로 해명조차 못해 KBS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KBS본부는 주장했다.

당시 KBS본부는 김인규 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95일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인규 전 사장에 대해 KBS 본부는 “KBS에 있어 불공정방송과 정권 낙하산의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해 1차로 발표한 언론부역자 10명 속에 김 씨가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그런 사람이 정의를 배우고 진실을 캐는 대학교의 최고 교육책임자 자리를 넘본다는 것은 정말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12년 3월28일 KBS 새노조의 총파업 과정에서 김인규 전 KBS 사장이 정치부 기자시절 했던 전두환-노태우정부 찬양 리포트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012년 3월28일 KBS 새노조의 총파업 과정에서 김인규 전 KBS 사장이 정치부 기자시절 했던 전두환-노태우정부 찬양 리포트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KBS본부는 “우리 국민은 새정부·새시대를 맞아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쌓여온 온갖 적폐를 청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언론적폐 청산도 그 중 하나다. 적폐의 장본인이자 대표적인 언론부역자 김인규 씨는 자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김인규 전 KBS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 시도와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메신저,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22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언론부역자 김인규, 대학 총장 어림없다!

이명박 정권 시절 공영방송 KBS의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와 온갖 정권 홍보 방송과 편파보도 등으로 KBS를 망친 김인규 씨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상아탑의 총장 자리에 지원했다고 한다. 수원에 본교를 두고 있는 경기대학교는 최근 공석인 총장에 대한 공모를 실시 중인데 여기에 김인규 씨가 지원 서류를 제출했다고 복수의 학교 관계자가 밝혔다.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다. 공영방송도 모자라 이제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교마저 망치려는가?

이명박 정권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언론 탄압 만행을 저지른, 특히 KBS와 MBC 그리고 최근 사장이 물러난 YTN 등에 온갖 불법과 탈법 그리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 공영·공익 방송사들을 정권 홍보·찬양 매체로 만든 정권이다. 이 과정에서 이에 저항하는 십수명의 언론인들이 해고됐고, 이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복직이 안 돼 거친 광야를 떠돌고 있다.

김인규 씨는 누구인가? 바로 언론탄압 정권인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인물로 정권 2년차에 공영방송 KBS에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와 KBS를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킨 인물이다.

김 씨는 KBS 사장 시절,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고 간도특설대 출신 친일파 군인 ‘백선엽’을 찬양하는 뉴라이트 다큐멘터리의 제작과 방영을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 MB 정권의 4대강 기공식, 준공식 등을 생중계하며 정권 홍보에 열을 올렸고, 반면 4대강을 비판하는 프로그램과 뉴스는 불방되거나 도중에 중단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김인규 당시의 KBS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실보다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발맞추어 이른바 ‘안보팔이’식 보도를 하다가 국민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하였다.

또한 2011년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이 불거지자 KBS 기자가 야당 회의를 몰래 도청해 여당 관계자에게 넘겨줬다는 의혹과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김 씨는 사장으로서 당시 사태의 전말을 보고받고도 제대로 해명조차 못함으로써 KBS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김인규 씨가 사장으로 있는 동안 정권 편향적인 방송으로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날이 갈수록 떨어졌고 내부 직원들의 불만과 자괴감은 커져만 갔다. 급기야 2012년 들어 우리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김인규 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무려 95일 동안 파업이 계속됐다.

이처럼 김인규 씨는 지난 수년 동안 공영방송 KBS에 있어 불공정방송과 정권 낙하산의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해 1차로 발표한 언론부역자 10명 속에 김 씨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정의를 배우고 진실을 캐는 대학교의 최고 교육책임자 자리를 넘본다는 것은 정말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촛불로 국정농단 세력을 내쫓은 우리 국민은 새정부·새시대를 맞아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쌓여온 온갖 적폐를 청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언론적폐 청산도 그 중 하나다. 적폐의 장본인이자 대표적인 언론부역자 김인규 씨는 자중하길 바란다. 이제 김 씨는 청와대의 언론장악 대리인으로 저지른 과오를 책임져야 한다. 나대지 말고 진정한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갖고 심판을 기다리기 바란다.

2017년 5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