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SK브로드밴드가 하도급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환영’의사를 밝히면서도 ‘중규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22일 초고속인터넷 및 IPTV 설치·AS 관련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103개 홈센터 직원 5200여명을 자회사를 통해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SKB서비스’를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회사는 대고객 서비스 담당 구성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홈 서비스의 본원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업무의 효율성 및 생산성이 향상돼 구성원과 회사가 모두 윈윈하며 재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15년 2월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 2015년 2월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그동안 SK브로드밴드의 노동자는 SK나 자회사 소속이 아닌 SK와 계약을 맺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간접고용 형태로 일을 해왔다. 따라서 장시간노동, 저임금, 근로기준법 위반 등 불합리한 처우에도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노동자들은 ‘원청의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이하 지부)는 22일 입장을내고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불안 해소, 고객에게 질 좋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직접고용은 긍정적”이라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실적 압박에 점심도 거르기 일쑤고 저녁이 있는 삶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시간외 수당, 4대 보험,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위험한 작업에 내몰려 다쳐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차량유지비, 통신비, 작업 공구 등 업무비용도 노동자가 부담해야 했고 원청의 평가 지표에 의해 급여가 차감되기도 했다”면서 “원하청 계약 만료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부는 “(정규직 전환은) 노사 협상을 통하여 세부 내용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노동조건 개선이 전제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만 보장된 (정규직이지만 비정규직과 처우가 다르지 않은) 중규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정규직 처우와 관련된 협상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2일 오후 환영 논평을 내고 “이번 일을 계기로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업계 전반의 노력이 이어지기를 바란다”면서 “방송통신 산업은 서비스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고려하고, 개인정보 등 이용자의 권리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직접 책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가 ‘직접 고용’을 하면서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한 경쟁 통신사와 티브로드 등 케이블 업계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정권이 교체된 데다 경쟁 업체가 결단을 한 만큼 다른 업체도 정규직 전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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