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수가 최종적으로 가라앉은 해저의 수심과 관련해 합동조사단과 정부가 발표한 함수 위치의 수심이 큰 차이가 나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정부 발표 함수 침몰 수심은 20m였으나 함수 구조 책임자였던 UDT대대장은 현지에서 잠수사들이 직접 수심을 측정한 결과 24~30m 또는 최저 수심이 30m라고 증언했다. 정부 공식 자료인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실린 해도엔 함수 침몰 위치의 수심이 5~10m인 것으로 나타났다. 함수 위치에 대해서조차 자료와 책임자마다 모두 다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고 한주호 준위가 작업하다가 숨진 해역이 제3의부표 위치가 아니라 함수 침몰 위치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작 함수 침몰지역의 수심도 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고지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직후 해군특수전 여단 1대대 소속 UDT대대장(당시 해군중령)으로 구조탐색을 현장지휘했던 권영대 현 인천해역 방어사령부 27전대장(해군대령)은 18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의 명예훼손 항소심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날 재판은 정권이 교체된 후 열린 첫 공판이다.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신상철 전 위원은 7년 째 재판을 진행중이다.

권 전대장은 고 한주호 준위가 작업하다 숨진 곳의 수심에 대해 “24~30m”라며 그 장소가 ‘함수’ 위치냐고 묻자 “예”라고 답했다. 이에 반해 앞서 KBS가 2010년 4월 7일 9시뉴스에서 한주호 준위가 숨진 장소는 함수가 아닌 제3의 장소 즉 ‘제3의 부표’라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권 전대장은 자신의 저서 ‘폭침 어뢰를 찾다!’에서는 함수 침몰 지점 해역의 수심을 30m라고 기재했다.

“특전사 대원들에게는 30미터 수심에서 작업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차후 탐색작업만 하도록 조치하였다.”(49쪽)

“수심이 30m이지만 실질적으론 타고 들어가야 하는 하잠줄 전체 길이는 약 50m에 달하고 수심 3m만 지나면 암흑 속에서 끝없이 내려가야 하는데, 가끔은 귀신이 보이기도 하고…”(85~86쪽)

▲ 권영대 전 UDT대대장이 쓴 '폭침 어뢰를 찾다!' 49쪽
▲ 권영대 전 UDT대대장이 쓴 '폭침 어뢰를 찾다!' 49쪽
▲ 권영대 전 UDT대대장이 쓴 '폭침 어뢰를 찾다!' 84쪽
▲ 권영대 전 UDT대대장이 쓴 '폭침 어뢰를 찾다!' 84쪽
그러나 정부가 2011년에 출간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따르면 함수의 침몰해역 수심은 20m였다. 정부는 백서에서 “천안함 피격위치와 함미 침몰 위치의 수심은 47m이고, 함수 침몰 위치의 수심은 20m”라고 밝혔다.

‘대체 증인이 말하는 30m 수심의 함수 침몰지점은 어디를 말하는 것이냐’는 변호인 신문에 권 전대장은“그것은 PCC(초계함-천안함을 말함)를 보면 폭이 10미터”라며 “(함수 침몰 수심을) 30m로 보고 있는 것이고, 수심이 고저차도 크지만, 내가 갖고 있을 때는 최저 수심이 30m까지 됐다”고 답했다. 그는 “30미터까지가 바닥”이라며 수심이 30m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수심과 꽤 차이가 있다는 변호인 지적에 권 전대장은 “30미터라는 것은…가장 깊은 수심을 안전수심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의 해도 사진에 찍힌 함수 침몰 지점의 경우 해저 등심선을 기준으로 수심이 5~10m 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백서 본문에는 20m라 기재했고, 해도를 활용한 이미지에 찍은 좌표의 수심은 5~10m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권 전대장은 24~30m라고 주장하고 있다.

▲ 정부의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수록된 해도상 천안함 함미와 함수의 위치와 수심. 사진=천안함 피격사건 백서 39쪽
▲ 정부의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수록된 해도상 천안함 함미와 함수의 위치와 수심. 사진=천안함 피격사건 백서 39쪽
권 전대장은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의 해도를 보여주면서 함수 침몰 수심이 얼마로 찍혀 있느냐고 따져 묻자 “잠수사는 수심 게이지를 차고 온다”며 “(잠수사가 측정한) 최저 수심은 24미터 몇미터 등등하다 30미터까지로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고인인 신상철 전 합동조사위원이 백서에 수록한 해도를 보면서 정확한 수심이 얼마인지를 얘기해보라고 하자 권 전대장은 “지형별로 골도 있고, 위치가 다르다”고 밝혔다. 신 전 위원은 “골이 있으면 표시하게 돼 있고, 깊은 곳은 그려넣게 돼 있다”며 “그런데 왜 수심이 10미터도 채 안되는 곳에 빨간점(함수 위치)을 그려넣었느냐”고 따졌다.

권 전대장은 “그건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작업할 때 기준(의 수심)”이라며 “바닷가 기준으로 작업하다 최저수심 30미터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과정을 지켜보던 윤준 재판장이 ‘변호인들은 왜 책에다 30미터 언급했느냐를 묻는 것’이라고 재차 신문하자 권 전대장은 “해도가 아니고 현장에서 잠수사의 수심 게이지를 갖고 20미터 수준부터 30미터 수심을 최대 수심으로 (측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재판장이 ‘함수침몰 지역의 수심이 20미터인 곳인데, 증인이 왜 엉뚱한 수심이 30미터 되는데 가서 모종의 의도를 갖고 작업한 것 아니냐는 것이 피고 변호인들의 질문’이라고 하자 권영대 전대장은 “함수 작업위치를 아직도 얘기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신상철 전 위원은 그렇다면 백서에 수록한 해도의 수심이 정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수로국에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증인신문이 거의 끝날 무렵 재판장의 우배석 판사인 이현석 판사조차 “해도와 등심선을 보면 10미터와 15미터에 함수가 침몰한 것으로 돼 있다, 왼쪽 하단 함수침몰위치는 20m로 돼 있다. (증인은 30미터라고 했는데) 왜 안맞는지 설명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권 전대장은 “잘 모르겠는데, 아래(해저)로부터 8~10미터이면 (천안함 함수가) 수면 위로 올라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권 전대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천안함 ‘제3의 부표’ 보도를 한 KBS가 오보에 따른 사과를 했다고 쓴 대목도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권 전대장은 자신의 저서 ‘폭침 어뢰를 찾다’ 79쪽 ‘한주호 준위 사망위치 오보에 따른 KBS 사장 사과’에서 “일전에 한주호 준위 사망위치를 허위로 방송한 KBS 사장을 만났는데 처음에는 심각하게 따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그러나 상황실에 나오자 마자 KBS 사장이 나를 찾았다”고 썼다. 김인규 당시 KBS 사장이 아래와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 아들도 UDT병으로 수료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UDT에 애착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요즈음 젊은 기자들은 통제가 되질 않습니다. 제가 관여할 기회도 없이 어처구니 없는 방송이 나가게 돼 정말 죄송하고, 현재 그 기자는 백령도에서 철수 조치하였습니다.”(81쪽)

▲ KBS가 2010년 4월7일 뉴스9에서 보도한 제3의부표 뉴스. 영상갈무리
▲ KBS가 2010년 4월7일 뉴스9에서 보도한 제3의부표 뉴스. 영상갈무리
그러나 KBS는 공식적으로 이 보도를 오보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 당시 제3의 부표를 보도했던 황현택 KBS 기자는 신상철 전 위원 1심 재판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방송 이후 UDT 대원들에게 오보라며 사과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감을 표시한 바 있으나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한 사실은 없다. 리포트 내용이 해군이 지목한 함수 지점과 현장수색 작업에 나선 UDT 동지회원들이 지목한 함수 위치가 충돌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군의 정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2010년 5월4일 제9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기회의 녹취록에 의하면, KBS의 제3의부표 보도 관련 방통심의위 회의에서도 KBS는 오보를 인정하지 않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보도에 대해 ‘의견제시’라는 가벼운 조치를 취했다고 이강훈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밝혔다.

이강훈 변호사는 KBS가 당시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인정한 적이 없는데도 왜 이렇게 썼느냐고 따졌다.

권영대 전대장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라며 “작업한 그 많은 사람들이 다른 데서 했다고 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김인규 사장이 오보라는 말을 했는지에 대해 권 전대장은 “오보라 정확히 말했는지는…”이라며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 2010년 4월24일 인양하고 있던 천안함 함수 사진. 천안함 기념관 전시. 사진=조현호 기자
▲ 2010년 4월24일 인양하고 있던 천안함 함수 사진. 천안함 기념관 전시.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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