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사장님, 태평양 변호사님, 여기 삼성 백혈병 피해자 있는데 보고 가시죠!"(이만신 씨)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서관 5번 법정출입구 앞에서 삼성 반도체ㆍLCD 공장 직업병 피해자들이 재판에 출석하는 삼성그룹 임원들에게 “이재용을 엄벌하라”고 소리쳤다.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한혜경씨와 한씨의 어머니 김시녀씨,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활동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활동가 등은 이날 열리는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16회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다. 이만신 삼성SDI 해고노동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녹번동 철거대책위원회 예닐곱 명도 법원을 찾았다.

▲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씨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재판 제16회 공판 방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씨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재판 제16회 공판 방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황씨는 ‘범죄자 이재용을 엄정 처벌하라’가 적힌 A4크기의 종이, 한씨는 ‘이재용 재판 공정 보도하라’는 말이 적힌 종이를 들고 오전 9시 20분 경부터 출입 대기선에 서 있었다.

오전 9시40분 경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이 법정 출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은 “여기 백혈병 피해자가 있습니다” “최지성(장 전 차장을 최지성 부회장으로 오인) 회장님! 좀 보고 가시죠!”라고 소리쳤다.

최지성 부회장이 곧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은 “부회장님 여기 와서 한 마디라도 하고 가세요” “태평양 변호사님, 백혈병 피해자들 한 번 보시고 재판에 임하세요”라고 외쳤다.

장 전 차장과 최 부회장은 정면만 바라보고 이들을 지나쳐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법정으로 들어갔다.

황씨는 보안검색대가 있는 출입구를 통과하기 직전, 동시에 출입구에 도착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에게 ‘범죄자 이재용을 엄정 처벌하라’가 적힌 종이를 들이밀었다. 황씨의 행동은 법원 직원들에 의해 곧바로 제지당했다.

‘종이를 반납하지 않으면 법정 출입을 할 수 없다’는 법원 직원의 명령에 황씨는 종이를 반납했다. 반올림 활동가들은 개인소지품이기에 반납할 수 없다고 말했고 법원 직원은 “법정에서 이거 펴시면 바로 퇴정”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재판을 보기 위해 하루 전 속초에서 올라왔다는 황씨는 “삼성은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불법, 탈법을 일삼아 왔는데 절대로 스스로 변할 수 없다”면서 “또 가벼운 형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사법부는 죽은 것이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활동가들과) 다 같이 왔다”고 말했다.

▲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재판 제16회 공판 방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재판 제16회 공판 방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황씨와 김씨는 재판이 끝난 후 법정 문 밖으로 나오는 장 전 사장을 향해 “당신이 사람이냐” “유미 치료해 줄 돈으로, 한혜경 치료해줄 돈 가지고 최순실·정유라 몇 백 억씩 갖다줬냐”라고 외쳤다. 황씨와 김씨는 곧장 법원 경비 및 삼성 측 직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장 전 사장은 소란이 벌어지자 법정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들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함께 이날 오전 9시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삼성 이재용 엄정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재판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엄정처벌하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19일 오전 9시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삼성 이재용 엄정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19일 오전 9시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삼성 이재용 엄정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퇴진행동 법률팀장 권영국 변호사는 “법정이 변호사들과 삼성맨들로 가득차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이를 두고 혹시 판사가 국민의 여론이 삼성에 대해 우호적이라 오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오늘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면서 “정경유착의 상징인 삼성과 박근혜 간 뇌물 사건은 이미 공지된 사실이나 마찬가지.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봐주기 재판을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그 비난의 화살이 법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재용을 구속시킨 특검을 국민들이 지지하고 응원한 것은, 돈과 권력이 있더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 돼야 한다는 바람 때문이었다”면서 “이재용 처벌없이 우리 사회에 정의를 바로세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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