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렬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이영렬 지검장의 감찰을 지시한 데 이어 전격 인사를 교체한 것이다.

특히 윤석열 검사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거쳐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에서 일을 하면서 개혁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윤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검찰 개혁의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최근 돈봉투 만찬 논란으로 서울중앙지검장 및 법무부 감찰 국장에 대한 감찰이 실시되고 당사자들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며 지검장 교체 사실을 알렸다.

이영렬 지검장은 돈봉투 만찬 사건 감찰 대상자가 되자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감찰 힘빼기 차원의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새로운 인사로 교체해버리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조사 및 관련 사건을 원활하게 수행할 전임자를 승진 인사했다"고 밝혔다. 적폐의 상징인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끝까지 밝혀내라는 검찰의 소임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이번 인사에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이후로 정치적 사건 수사에 있어 총장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점을 고려해 종래와 같이 검사장급으로 환원"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 역시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공직기강을 세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윤석열 검사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된 박형철 검사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서 부하 직원과 상관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데 검찰 개혁 추진 작업에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인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정치적 사건으로 외압을 받고 좌천된 인사를 복원한다는 복선도 깔려 있다.

윤 검사는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수사팀장을 맡고 있을 당시 서울고검 국감현장에서 국정원 직원 긴급 체포와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조영곤 전 서울지검장을 포함해 법무부로부터 외압을 느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윤 검사는 폭로 뒤 상부 지시 없이 영장을 집행하고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며 감찰을 받았고 박형철 검사와 함께 징계가 청구된 후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 윤석열 검사
▲ 윤석열 검사

청와대는 또한 돈봉투 만찬 사건 관련자인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도 새로운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는 "검찰 안팎에서 업무 능력이 검증된 해당 부서의 우수사원을 발탁하여 향후 검찰 개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의 주요 현안 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 검찰 개혁과제 이행에 한층 매진하고, 최근 돈봉투 만찬 등으로 흐트러진 검찰 조직의 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을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은 광주출신이다. 검찰국장에 광주출신이 임명된 사례는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문성우 법무부 검찰국장이 마지막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9년간 호남 출신이 임명되지 않았는데 이번 인사에서 호남 출신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을 임명했다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과 대탕평 인사 원칙 실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좌천을 당한 인물이 이번 인사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셈인데 반대로 이영렬 지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에, 안태근 검찰국장은 대구고검 차장 검사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철저히 개혁을 앞에 두고 공직기강을 확립하겠다는 인사 성격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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