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를 ‘촛불로 바뀐 정권은 우매한 민중이 이끄는 민주주의’라는 취지로 발언해 비난을 받고 있는 구학서 신세계 그룹 고문이 과거에도 민주화 정부를 폄훼하고 박정희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 고문은 지난 17일 이화여대 경영대 경영정책 수업 특강에서 관련 발언을 했고, 이에 반발해 학생들이 특강 중 빠져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구 고문은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일본은 한번 정한 일은 번복하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자꾸 번복한다. 위안부 합의도 번복하려고 하는데 국민성의 문제’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뿐 아니라 ‘낮에 골프장 가면 여자들끼리 오는 나라는 한국뿐, 호텔 레스토랑도 다 여자뿐’이라는 등 여성비하적 발언도 나왔다고 참석 학생들은 전했다.

이 같은 구 고문의 발언이 게속되자 학생들은 질문을 통해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항의 차원에서 특강 도중 대거 학생들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자 구 고문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했던 당시 야당 등 반대자들의 단견과 어리석음, 한국 여성의 향상된 여권에 대해 저의 개인 생각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수강생 여러분께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고 해명했다.

▲ 구학서 신세계 그룹 고문
▲ 구학서 신세계 그룹 고문
이화여대 경영대학장도 파문이 커지자 경영정책 교과목 사입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김성국 교수는 “구학서 고문(신세계)님께서 강의 도중에 정치색이 농후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수업 도중 학생 대표들로부터 직접 전해들었다. 이것은 강의의 목적과 맞지 않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판단되었다”며 “그래서 박정은 부학장님과 함께 이에 적극 대처하여 더 이상 문제 발언이 지속되지 않도록 조치하기로 하고 박 교수님께서 4시35분에 강의실에 들어갔으나 구 고문님은 강의를 일찍 종료하고 이미 퇴장하신 이후였다. 경영정책이라는 당초의 강의 목적과는 관계없는 부적절한 발언이 수업시간에 있었던 점에 대해 학장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추후 경영대학 행정회의에서 이 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의견을 모아 해당 강사의 강의 위촉 해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 고문은 지난 2004년 특강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사회주의에 가깝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구 고문은 지난 2004년 10월 4일 전경련과 경북대학교 공동 주최로 열린 CEO 특강에서 “현 정부가 지나치게 분배를 강조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정부도 기업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기업인들은 이윤창출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향해 가야 하고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분배정의를 강요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볼 때 사회주의에 가장 적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 고문은 “기업가들에게 (사회 기여를) 강요하는 것은 결국 빼앗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혁명이 되는 것”이라며 “기업 본연의 목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기업 본연의 목적은 이윤추구지만 사회 공헌이 먼저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 고문은 “5·16혁명 이후 군사정권이 기업인들을 잡아넣으려 했지만 기업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인식했기 때문에 그들이 풀려나 기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면서 “DJ정부나 현 정부 들어서도 기업인들의 느낌은 결코 친기업적인 분위기는 아니며 기업가들이 기업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기를 높여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16 혁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박정희 정권과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비교한 것은 특정 정권을 폄훼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구 고문은 “금융기관을 비롯해 지배구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곳도 많지만 유독 재벌들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는 것 같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사와 지배구조에 있어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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