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은 꽃 한송이 음료수 한 병조차 눈치를 봐야하던 시각, 법무부와 검찰 주요 간부들은 거금의 돈봉투 잔치를 했다고 한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청탁금지법의 조기 정착을 위해 가장 큰 노력을 쏟아야 할 법무부와 검찰이 시대착오적인 현금봉투를 주거니받거니 했으니 이를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17일 서울중앙지검 이영렬 검사장과 안태근 검찰국장 간 소위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태근 검찰국장 격려금의 출처와 제공 이유 및 적법처리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며 “이영렬 검사장이 격려금을 준 대상자는 검찰국 1·2과장으로 검찰 인사를 책임지는 핵심이다. 수령한 격려금을 반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이 검사장의 격려금 제공 이유와 배경은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1호 판결은 법원이 금품거래에 대해 얼마나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는가를 웅변한다. 춘천지법 재판부는 자신의 고소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감사의 표시로 4만 5천 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보낸 사건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결했다. 비록 사건처리와 상관없이 뒤에 떡을 선물했지만 이들 사이에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지검장과 핵심 간부 검사 등 7명은 안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국 간부 3명과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했다고 한다. 안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수사대상이 된 이후 1000여 차례 이상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특수본 수사팀장들에게 70만 원에서 100만 원씩 격려금을 지급했고, 이 서울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 1·2과장에게 100만 원씩 격려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검사장은 법무부 과장들에게 돈봉투를 건네고 법무부 국장은 검사들에게 ‘격려금’을 내세워 돈봉투를 돌렸다. 직무연관성이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돈봉투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는 것은 감찰 정도가 아니라 정식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사안의 성격으로 봐서 단순히 돈봉투 반환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형사처벌도 가능하지만 검찰이 수사할 리 없고 이 정도의 액수는 검찰내부에서 문제시할 것 같지도 않다.
청탁금지법 위반이 확실시되는 해당 검사들과 법무부 국장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이 감찰을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자기식구끼리 봐주기 전통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감찰이 아닌 수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물론 신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감찰 시늉은 내겠지만 썩 미덥지 못하다. 수사를 맡기고 싶어도 검찰 외에는 수사할 곳이 없다는 점도 검찰조직을 돈봉투, 불신의 조직으로 만든 요인이다. 또 다시 특검이 필요해 보인다.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여부는 국회의 소관이지만 최소한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독점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선시켜야 한다. 청탁금지법 같은 법을 앞장 서서 지키지는 못할지언정 이처럼 여전히 돈봉투 잔치를 벌이는 검찰, 법무부에 대해서 제발 법의 파괴력을 일반 국민에게 하듯이 적용해주기 바란다.
따라서 먼저 이 검사장과 안 국장의 사표를 수리해서는 안된다. 진상규명이 먼저다.
마지막으로 청탁금지법이 규정한 밥값 3만 원도 초과한 것이 확실시되니 이 또한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돈봉투 조사와 함께 빠짐없이, 철저하게 조사하여 검찰과 법무부가 얼마나 오만한 개혁의 무풍지대에 살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기 바란다. 법무부는 ‘돈을 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청탁금지법은 면죄부를 주지않는다. 법무부의 궁색한 변명까지 조사와 함께 정식 수사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까지 대통령이 나서서 감찰을 지시해야 한다는 것은 법무부와 검찰조직이 단단히 고장났다는 소리다. 새로운 청탁금지법 등 법률위반은 안중에도 없이 ‘전관예우’ ‘떡값수수’의 전통을 법무부와 검찰이 상부상조하면서 지켜가는 이런 못된 전통을 새정부가 이제는 청산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