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MBC 안광한 전 사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1월 정씨가 안 전 사장을 여러 차례 만나 우호적인 보도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었지만, 안 전 사장과 MBC 측은 정씨와 회동설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또 이를 최초 보도한 TV조선과 안 전 사장의 실명을 밝힌 미디어오늘을 형사고소 하기도 했다.

그러나 17일 TV조선은 ‘뉴스 판’에서 “TV조선은 올해 1월 한 음식점 주인을 취재해 정씨가 음식점에서 방송사 사장과 동석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 방송사 사장은 당시 안광한 MBC 사장이었다”며 “안 전 사장은 보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모함으로, 다른 사람을 나로 착각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씨의 설명은 달랐다”고 후속 보도했다.

17일 TV조선 ‘뉴스 판’ 리포트 갈무리.
17일 TV조선 ‘뉴스 판’ 리포트 갈무리.
정씨는 TV조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옛날에 한 번인가 식사 자리에서 (안광한 전 사장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TV조선은 “탤런트인 자신의 아들(정우식)이 MBC 드라마에만 출연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고 전했다.

앞서 TV조선은 지난 1월11일 “정윤회씨가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 여성 김아무개씨와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을 자주 찾았고, 정씨가 이 여성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 모 방송사 사장도 동석했다고 한다”며 “정씨는 보도 협조를 이 사장에게 요청했다는데 비선 홍보수석 같은 역할을 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은 복수의 TV조선·MBC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정윤회씨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MBC 안광한 사장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정윤회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MBC 안광한)

이에 대해 당시 안 전 사장은 TV조선 기자에게 “터무니없는 모함이고 무책임한 소문이다”라고 부인하며 실명으로 보도하지 말라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사측 역시 미디어오늘에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며 이후 반박 보도자료 배포, ‘뉴스데스크’ 리포트까지 동원하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허위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지난 1월12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월12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안 전 사장은 1월16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업무보고에서도 ‘정윤회와 수차례 만났다’는 보도에 대한 이사들의 질문에 “만났다고 보도한 쪽에서 밝히면 되는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날 미디어오늘 등 기자들도 안 전 사장에게 “정윤회씨 등과 만났다는 데 사실이냐”, “만나지 않았다면 안 만났다고 얘기해 달라”고 거듭 물었지만 안 전 사장은 끝내 ‘만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다.(▶MBC 방문진 여당 이사에게 묻는다)

안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정씨의 아들 정우식씨의 MBC 드라마 특혜 의혹에 연루됐다는 MBC PD들의 증언이 나온 후에도 직접 해명하지 않았다.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 1월 안 전 사장과 정씨를 업무상 배임과 방송법 위반 혐의 등으로 특검에 고발했다.

지난 2월 임기가 끝난 안 전 사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직연금 3억여 원과 ‘특별퇴직공로금’ 5000만 원에 더해 1년간 수억 원의 자문료·활동비 등까지 받게 됐다. 이에 대해 MBC 안팎에선 “공영방송 파괴에 앞장선 전직 사장이 회삿돈으로 ‘황제 전관예우’를 받게 됐다”는 비판이 일었다.(▶MBC, 안광한 전 사장에 수억 원 ‘전관예우’ 특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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