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해명과 달리 갑을오토텍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고소를 주도하는 등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나왔다. 박 비서관은 갑을오토텍 사측 변호 이력이 논란이 되자 “변호사로서 사측이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갑을오토텍 사측이 박형철 비서관을 대표 변호사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확인된 것만 4건이다. 이는 2016년 6월28일부터 7월28일까지 한 달에 걸쳐 접수됐는데 갑을오토텍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때와 맞물린다. 박 변호사가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6년 6월28일, 노동조합은 노조 사무실 옆 회의실에서 조합원 가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사측은 “회사 출입이 금지되었음에도 노조원 가족들이 회사 안에서 간담회를 강행하기로 모의했다”며 ‘건조물침입’으로 조합원 17명을 고소한다. 이때 회사 안으로 들어 온 가족은 20명 정도다. 

▲ 2016년 8월3일 오전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갑을오토텍 공장 정문에서 박종국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부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016년 8월3일 오전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갑을오토텍 공장 정문에서 박종국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부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후 조합원 100여명은 가족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온 관리직원 20여명을 20분간 에워쌌는데 이는 각각 감금과 협박으로 고소됐다. 조합원들이 관리직원을 둘러싸고(감금) “그냥 묻어버려” “누가 시켰나. 사진 지워라” 등의 발언을 욕설과 함께 한 것(협박)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2016년 7월8일 노조는 파업에 들어간다. 쟁의권을 확보한 ‘합법’ 파업이었다. 그러자 이날 오후 회사는 ‘관리직’ 노동자들을 현장에 투입하려 했다. 이에 노조는 “노조법 제43조 위반”이라며 이들을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노조법 제43조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해당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소장에는 ‘적법한 대체인력’이라고 적시돼 있다. “파업으로 인해 완성차 생산까지도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관리직 직원이라도 동원해 회사 공장을 가동하고자 했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관리직 노동자를 ‘해당 사업과 관계있는 자’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사측은 지회 간부 21명을 ‘특수주거침입’ ‘업무방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노동자들이 평소에 출입이 허용된 건물이라고 해도 관리자가 반대할 경우 출입할 수 없다는 점과 △조합원들이 소극적 파업을 넘어 대체인력 출입을 막은 ‘폭력적 쟁의행위’ 라는 주장이다. 

▲ 4월 19일 오후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갑을오토텍 공장 내에서 조합원들이 장시간 직장폐쇄에 맞서 투쟁을 이어가다 지난 18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김종중 조합원을 추모하며 사측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규탄하는 결으대회를 마친 후 현수막을 만들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4월 19일 오후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갑을오토텍 공장 내에서 조합원들이 장시간 직장폐쇄에 맞서 투쟁을 이어가다 지난 18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김종중 조합원을 추모하며 사측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규탄하는 결으대회를 마친 후 현수막을 만들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2016년 7월22일과 7월23일에 발생한 충돌 역시 관리직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서 발생했다.  고소장에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관리직 노동자들이 2009년 이전부터 회사에 근무하던 이들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과 관계없는 자가 아니며 따라서 명백히 적법한 대체근로에 해당한다”고 쓰여있다. 

두 번의 대체인력 투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15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채용된 관리직이다. 이 시기 갑을오토텍이 채용한 신규 관리직은 88명에 달한다. 2010년 10명, 2011년 20명, 2012년 11명, 2013년 8명, 2014년 18명, 2015년 상반기 5 명 등과 비교했을 때 훨씬 규모가 크다. 

이 때문에 ‘이후에 있을 쟁의행위’에 대비한 채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쟁의행위권 침해와 무관한 채용이 되려면 △자연감소결원을 위한 채용 혹은 △새로운 업무를 위한 채용이라는 점이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데, 이 시기 채용된 관리직들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흘 뒤인 7월26일 갑을오토텍은 직장폐쇄를 단행한다. “노조의 장기간 쟁의행위로 인해 더 이상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이에 당시 노조는 “불법대체 생산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폐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노조를 공장 밖으로 내몰아 노조를 깨겠다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회 대리인인 김상은 변호사는 “갑을오토텍은 7월21일에서 22일 즈음에 직장폐쇄를 결정했음에도 이후 노조와 충돌을 야기시킨 다음 경찰을 불렀다”면서 “시비거리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트릭, 즉 직장폐쇄를 하기 위한 하나의 트릭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측을 대리했던 박 비서관이 이런 상황을 모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상은 변호사는 “박 비서관이 고소를 하기 전에 지회에서 ‘불법대체인력’과 관련된 고소를 접수했다. 사측 대표 변호사가 노조의 고소 내용을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직장폐쇄 시나리오’를 알고 있으면서도 대리를 했다는 주장이다. 

2016년 7월26일 단행된 갑을오토텍의 직장폐쇄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와중에 노동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조합원들은 9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야3당이 나서서 갑을오토텍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약속했다. 박 변호사가 대리를 맡기 전의 경영진은 ‘노조파괴’ 혐의로 구속됐다. 

박 비서관의 임명과 해명에 대해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대희 지회 대의원은 “본인의 해명처럼 이미 이전 경영진이 기소된 이후에 변호를 맡았다고 해도 갑을오토텍이 어떤 사업장인지 몰랐을 리 없다”면서 “이후 노조에서 접수한 고소장 내용을 봐도 제2의 노조파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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