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앞에 쌓인 과제가 산더미다.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정부를 이끌어야 하는 것도 모자라, 과거 10년 간의 적폐를 청산하라는 국민들의 기대도 한 가득이다.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야 할 과제 중 정치개혁도 한 갈래를 차지한다.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어떤 정치개혁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정치개혁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29일에 발표한 전체 공약집을 살펴보면 정치 공약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성돼있다. △국민 참정권 확대 △공직선거제도 개편 △국민정치 참여확대 △투명한 국회 만들기 등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는 국민 참정권 확대 방안으로 △18세로 선거연령을 인하하고 △투표시간 연장으로 국민 투표권을 보장하며 △원하는 국민이면 모두 정당의 공직후보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경선제도를 도입하고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의 피선거권을 선거연령과 일치시켜 25세 이하 청년의 피선거권 확대 등을 제시했다.

공직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완전선거공영제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 사유 제공한 정당에 당해 선거에 해당 정당 후보 무공천 제도화 등을 내걸었다.

국민의 정치 참여를 늘리기 위한 제도로 △정당가입 연령제한 폐지 △공무원·교사 정치적 의사표현 보장 △정당의 국민여론수렴 기능 및 정책기능 강화 △헌법재판소 결정에 부합하도록 정당후원회 제도 정비 △정당의 고액 특별당비 내역 공개 등을 공약으로 꺼냈다.

국민의 국회를 만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시민의회 개최로 여론수렴 기능 보완 △비리로 연루된 선출직 공직자 퇴출 △상임위 심사 제척 회피제도(출신직업별 이해관계가 있는 국회의원들은 해당 상임위에 과반수 배치 금지) △국정조사, 예산결산심사 기능 강화, 허위자료 제출자 처벌 규정 신설 등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 강화 △행정부처의 행정입법(시행령, 시행규칙)에 대한 국회의 심사 강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이러한 공약들은 사실 시민사회나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던 이슈들이다. 만 18세로의 선거연령 인하와 결선투표제와 국회의 비례성 강화를 위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 대해 대체로 시민사회 활동가 및 교수 등 전문가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 문재인 19대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문재인 19대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정치개혁 위해 역설적으로 ‘정치 역할’ 중요

미디어오늘이 의견을 물은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실행돼야 할 정치개혁안으로 △만 18세 선거연령 인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결선투표제 등을 꼽았다. 

이 세 가지 공약들의 경우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제기해온 이슈이기도 하면서, 지난 대선 국면에서 어느 정도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진 내용들이다. 특별하게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이 아닌 만큼, 이제는 실천 문제라는 공통점도 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공동대표는 “검찰개혁 등 다른 개혁과제는 내용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지만 정치개혁은 규칙에 관한 부분이다. 또한 이미 상당부분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며 “특히 양당제 하에서와 달리 비례대표제의 경우 지금이라도 여당과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별도의 협의체 등을 구성하고 논의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개혁 법안이 통과돼 소위 ‘정치혁명’이 벌어지려면 역설적으로 정치권의 합의가 불가피하다. 특히 선거법 개정 등을 통해 이뤄질 정치제도 개혁은 여론의 압력이 만들어질만큼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개혁안에 비해 뒤로 밀리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 내에서도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는 중지를 모으기 어렵다. 오랜 기간 동안 시민사회에서 빠지지 않고 제기된 이슈들이면서도, 여전히 정치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이유다.

특히 선거제도 개혁 등 정치 관련 법 개정과정에는 여야 간 합의가 관례적으로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개혁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의회 정치의 역할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는 “민주당이 자신의 의석을 내놓을만큼 의지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구성에서 지금보다 비례성을 강화하려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필연적으로 다수당 의석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상대적으로 선거제도는 (선거라는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부패와 권력남용 등의 문제와 달리 사람들이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지금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앞으로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도 “특히 선거제도 변화는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자당의 원내 의석수를 결정하는 것이 선거이고 그렇게 획득한 의석수를 기반으로 각 정당이 원내에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만큼 각 정당들이 선거제도의 개혁은 자당의 명운을 걸고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이러한 제도 개선의 결과로) 한 당만 소위 ‘독박’을 쓰지 않는다는 신호를 (대통령 차원에서) 줘야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일부 정당 등 당사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 누군가가 당분간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선거 제도 개혁의 정당성을 모든 의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것이 가장 정치개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장)는 “선거법 등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한 정치개혁 과제 해결이 어렵다면 각 정당들이 출발선에서 모든 정당들이 똑같을 수 있도록 국고보조금 배분에서 차이를 보전하는 것부터 순서대로 정책적 과제부터 시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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