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밝힌 '근로자 휴가지원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휴가 때 국내여행을 하면 정부와 사업주가 각 10만원씩 지원해주는 제도로 휴가를 가기 어려웠던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 것처럼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문체부가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500억 원의 예산으로 약 50만 가구가 지원받을 수 있다. 전체 가구 수를 약 2000만 가구로 잡을 경우 수혜 가구는 약 2.5% 가량 된다.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갈지가 관건이다.

2014년 10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원내수석부대표)은 '근로자 휴가지원제'가 중소기업 중에서도 휴가나 휴가비를 넉넉하게 챙겨줄 수 있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위주로 혜택이 돌아간 사실을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181개 회사에서 2543명의 노동자가 휴가비 명목으로 1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중 10인 미만 제조업체는 전체의 4.9%밖에 안 되는 126명에 불과했다. 반면 50인 이상 중소기업은 전체의 61%인 1550명이 수혜를 입었다. 박 의원은 “휴가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좋은 취지이지만 정작 영세기업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비판했다.

지역별 편중도 컸다. 박 의원에 따르면 수도권이 1639명으로 전체 혜택자의 65%를 차지했지만 영세기업이 대다수인 광주·전남은 143명으로 5.6%에 그쳤다.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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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도 복잡했다. 휴가비를 지원받기 위해 기업은행 신용카드를 발급받아서 온라인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이를 꺼리는 노동자들이 상당했다. 박 의원은 “'근로자 휴가지원제' 유지여부를 재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당시 총 예산 5억원 가운데 집행 예산은 42%에 해당하는 2억1000여만 원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2014년 당시 발생했던 절차 문제는 해소한다 하더라도, 해당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인건비 상승 부담에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 문제, 노동자들이 휴가를 쓸 여건이 되지 않는 영세사업장이 사실상 배제되는 문제 등은 해결하기 어렵다.

경비 지원을 위해서는 우선 소속 회사가 이 제도에 가입해야 하지만 노동자 1인당 10만원의 경비에 부담을 느낀 회사들이 제도에 가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지난달 “2013~2014년 시범실시 됐던 '근로자 휴가지원제'를 영세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중산서민층과 자영업자 휴가비 사용에 대한 조세 감면 제도 도입도 약속했다. 휴가지원에 있어 양극화가 예상된 가운데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근로자 휴가지원제'가 선심성 공약이 되지 않으려면 노동자들이 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놔야 한다. 노동권 보장하고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대해 입장을 한동안 인상목표와 시기를 내놓지 않아 최저임금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022년까지를 목표로 잡자 사실상 최저임금 문제를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거센 항의를 받았다. 평균 매년 7%가량 최저임금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현상 유지만 해도 차기 정부 임기 말인 2022년에는 최저임금 1만원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대선 당일인 지난 9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는 경향신문 보도로 인해 노동계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정작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좋은 일자리 창출 TF팀’이 꾸려졌지만 노동조합은 배제됐다. 정부가 여전히 시혜적인 태도로 노동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우려도 한편에선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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