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삼성 뇌물 재판’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될 지도 모른다. 법정에 출석한 증인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검팀이 박씨와의 대면조사 불발로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택한 한 수로 읽힌다.

특검팀 장성욱 특검보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재판에서 박근혜씨를 증인으로 소환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장 특검보는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석 거부로 인해, 피고인(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제공받은 수수자임에도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 못했다”며 “뇌물 수사 경위와 개별 면담 당시의 상황, 부정청탁 대상이 되는 피고인(박씨)의 삼성그룹 현안에 대한 인식 등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신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특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한 박씨에 대한 5회차 피의자신문조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그럼에도 박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필요한 이유로 장 특검보는 “많은 사실관계 부분에서 이재용 피고인과 전혀 다른 진술을 하기에 피고인 측의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에 대한 동의에도 불구하고 또 신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증인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특검 측은 박씨를 6월 중순 경 증인으로 소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검팀은 지난 12월부터 지난 2월28일까지 70일 동안 국정농단 수사를 진행해 왔음에도 피의자 신분인 박씨의 진술을 받지 못했다. 특검은 당시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 직위에 있던 박씨와의 대면조사를 위해 청와대 측과 수차례 ‘물 밑 조율’을 벌였으나 조사는 성사되지 못했다.

법정에 소환된 증인은 허위 진술을 할 경우 형법 제152조 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호성, 7개월 간 700여 회 통화한 차명폰에 “누구 건지 단정 못 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박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폰에 대해 “단정할 순 없지만 (대통령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4월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4월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특검팀은 정 전 비서관이 실사용자가 박씨로 추정되는 차명폰의 2016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여 동안 694회 통화를 주고 받은 내역을 공개했다. 정 전 비서관은 같은 기간 실사용자가 최순실씨로 추정되는 차명번호와 540회 가량 통화했다.

특검팀 박주성 검사는 “누구 번호인지 정확히 저장을 안해서 모른다고 했는데, 2016년 7월18일 통화 내역을 보면 17시 한 번, 21시 대에 3번, 22시 1번이다. 이렇게 자주 통화하는 번호가 있느냐”면서 “이렇게 통화한 번호가 대통령 휴대전화가 맞는 거 같느냐”고 재질문했다.

정 전 비서관은 “그렇게 추정된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의 차명 휴대전화를 쓸 때 ‘단축키’를 통해 전화를 주고 받았기 때문에 저장된 번호의 실사용자를 확인할 수 없다고 일관했다.

특검팀은 뒷 자리가 ‘4021’로 끝나는 해당 번호를 입수한 후 통화내역, 발신기지국 및 박씨의 동선을 종합해 해당 번호를 박씨의 차명 번호라 특정했다. 이 번호의 발신기지국은 단 3곳이었다. 특검은 발신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셀 번호’를 확인한 결과 3개 기지국의 셀 번호가 모두 ‘청와대 관저’로 확인됐다. 2016년 4월부터 해지된 10월 말 경까지 총 1178번 통화가 모두 청와대 관저에서 이뤄진 것이다.

특검이 외교부 홈페이지에 나온 대통령 순방 일정과 통화내역을 비교한 결과 이 번호는 순방 기간에 사용 내역이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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