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선을 앞두고 SBS ‘8뉴스’에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기사가 보도된 후 삭제된 사태에 대해 SBS 사측이 17일 오후 책임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SBS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5일 발표된 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이번 오보 논란을 빚은 취재기자와 이현식 뉴스제작1부장·고철종 뉴스제작부국장·정승민 보도국장·김성준 보도본부장 등에 대한 징계를 인사위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SBS는 2일 보도된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리포트 삭제 논란이 불거진 후 방송편성규약에 따라 열린 방송편성위원에서 노사 합의로 외부 위원들과 함께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와 한국기자협회 SBS지회(회장 한승구),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이 참여한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조사한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SBS 세월호 기사, ‘권력 눈치’→‘문재인과 거래’ 바뀌었다)

▲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다뤘다가 삭제된 지난 2일 SBS ‘8뉴스’ 리포트
▲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다뤘다가 삭제된 지난 2일 SBS ‘8뉴스’ 리포트
진상조사위는 이번 SBS ‘보도 참사’는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총체적인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 보도 간부들의 직무 태만으로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정치권 등 외압설도 제기됐지만 조사위는 “이 기사의 최초 발제 과정부터 보도가 나가기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거나 악의적인 의도로 단정할 만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취재기자의 기사 초고를 뉴스제작1부장이 편집하는 과정에서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다음달 본격 조사”라는 제목을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로 바꿨다. 아울러 “그간 실패를 거듭해 지연되던 인양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서둘러 진행된 것을 두고 해수부가 권력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는 부분도 삭제됐다.

해당 리포트를 보도한 취재기자는 부장이 교정한 최종 기사에 대해 “거래는 확인된 게 아니다”, “제목에서 ‘거래’는 빼달라”며 4차례에 걸쳐 기사와 제목 수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부장은 ‘기사 문장의 주어는 모두 해수부로 해수부가 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미이며, 제목에서도 거래 뒤에 물음표를 붙여 단정하지 않았다’는 등 기사를 고칠 이유가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이현식 뉴스제작1부장은 조사위 측에 기사를 더 주목받도록 교정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실수를 했다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기사를 수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사위는 관련자 면담과 증언 청취, 조사대상자들이 제출한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일반 수사기관들처럼 강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조사 대상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와 관련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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