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로 국정농단 세력을 몰아낸 한국 국민들이 19대 대선에서 보여준 선택에 대해 미국 신문들의 논조는 성향에 따라 다른 면모를 보였다. 미국의 진보 신문은 사설에서 한미 간 합의에 따른 대북 대화에 무게를 싣는 듯한 면모를 보였다. 반면 미국의 보수 신문은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의 국내외 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 한미 간 합의 통한 대북 대화에 무게?

미국 뉴욕타임스는 11일 사설 ‘한국과 불화할 시간은 없다 (No Time for Friction With South Korea)’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지지 세력을 진보주의자(liberal)라고 지칭하면서 ‘햇볕정책’에 가까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압박 정책과 마찰을 빚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반발과 트럼프 대통령의 ‘10억 불 배치 비용 부담’ 등의 발언 때문에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의 반대가 거세진 사드(THADD) 배치 사안이 한미 간 불화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는 “한미 동맹이 한국의 외교 안보 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초”라고 발언한 문 대통령의 5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서 문 대통령이 “워싱턴을 안심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Mr. Moon has tried hard to reassure Washington)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결국 채찍과 당근 모두 북한이 오로지 핵 억지력 추구에만 골몰하는 것에서 멀리 떼어놓지 못했고, 한국, 미국, 중국 간의 불화는 북한이 폭주하도록 고무할 뿐”(In the end, neither carrots nor sticks have diverted North Korea so far from its single-minded pursuit of a nuclear deterrent, and a rift among the United States, South Korea and China would only encourage the North to barrel ahead)이라고 지적했다. 사설 말미에서 뉴욕타임스는 “만약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서 명확하고 공통적인 종합 전략을 짠다면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에 대한 열린 자세는 워싱턴의 완강한 입장과 불화할 필요가 없다”(Mr. Moon's openness to dialogue need not be at odds with a tough stance in Washington, if Mr. Moon and Mr. Trump meet and forge a clear and common overall strategy)고 언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빨리 만나서 회담을 열 것을 주문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22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참모진 시무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22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참모진 시무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 ‘햇볕정책 절대 불가’… 개성공단 투자 한국기업 제재도 주장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0일 자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은 제목부터 <좌파로 향하는 한국 : 새 대통령은 북한에 양보하는 정책으로 되돌아갈 것인가?>(South Korea Moves Left: Will the new President return to a policy of appeasing North Korea?)라고 붙여졌다. 이 사설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문 대통령을 ‘좌파’(leftist)라고 지칭하면서 문 대통령이 정부의 경제 개입,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 대통령의 정책은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이 찬성할 만하다”(The French Socialists would approve)라며 문 대통령을 ‘프랑스 사회주의자 수준의 좌파’로 몰아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2000년대 중반 실패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회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 대통령의 모든 행보는 “북한이 시애틀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대해 평양에 압력을 높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All of this will complicate the Trump Administration's attempt to increase pressure on Pyongyang as the North develops nuclear missile capable of hitting Seattle)라고 평했다.

▲ 지난 4월15일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 4월15일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남한처럼 미국 본토도 위협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but he'll have to be clear that the North now threatens the U.S. mainland as well as South Korea)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은 한국 안보의 주춧돌(cornerstone)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이는 듣기 좋지만,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유화로의 회귀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만 할 것이다”(That's good to hear, but Mr, Trump will have to be clear that a return to appeasement is unacceptable)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한 “개성공단으로 회귀하려는 한국 기업은 미국과의 사업이 금지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That would put South Korean companies on notice that a return to Kaesong could bar them from U.S. business)라며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까지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핵위기 해소 노력 험로 예고

이러한 미국의 진보 신문과 보수 신문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사뭇 다른 논조 중 어느 것이 더 미국 조야에서 힘을 얻느냐가 한반도 핵위기 해소를 위한 새 정부의 노력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친박 단체들이 성조기를 들고 영어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나오는 등 미국 보수 세력의 힘을 빌리려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 조야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 펼쳐질 험로를 문재인 정부가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합의를 통한 대북 포용 정책을 보다 힘 있게 펼쳐나가면서 내외적으로 소통을 넓혀야 할 것이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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