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기획된 공영미디어 장악
이명박 정권은 감사원·검찰·국세청·교육부·방통위·공영방송 이사회 등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국가기구와 공공기구를 동원해 KBS, MBC, 연합뉴스, YTN 등 공영 미디어들을 부당불법하게 장악했다. 많은 언론인들이 파업 등의 방법으로 이에 항의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19명 등 440명의 징계였다. 이명박 정권의 공영 미디어 장악은 낙하산사장 투입 통한 경영권 장악과 간부교체, 노조원 등 비판적인 사내구성원들에 대한 탄압과 징계, 비판 프로그램의 폐지·축소와 정권홍보 프로그램 편성 등 수순으로 진행됐다.
2008년 1월2일, 이명박 정권 인수위는 문광부에 언론사 간부들의 정치적 성향을 조사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2월 말 정부출범과 동시에 공영 미디어 경영진 사찰 등 언론장악을 위한 공작에 착수했다. 2012년 3월 ‘리셋 KBS 뉴스’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2008년 (대통령) 하명사건 처리부’를 폭로한 바 있다. 이 기록에는 ‘KBS 이사선임 부적격 여부 확인’ 등 방송장악과 관련된 불법사찰의 정황과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정권에 의한 언론장악이 일정한 목적과 방향성을 갖고 사전에 기획된 것임을 추론케 한다.
이어진 법·제도의 개악과 생태계 파괴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공영 미디어 장악·탄압에 그치지 않았다. 헌법상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고 억압하는 일도 열심히 했다. 미네르바 구속을 필두로 한 광범한 누리꾼 고소·고발 등 탄압, 누리꾼들의 발언을 구조적으로 위축시키기 위한 친고죄 예외 목적의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인적 장악과 이를 통한 유사검열 자행,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강제 등등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한 다종다양한 반민주 악행들도 구석구석 촘촘히 챙긴 것이다.
언론장악 진상규명과 부당징계자 원상회복의 의미
사법부는 낙하산사장 투입과정에서 해임된 KBS 사장과 이사에 대해 그 해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또한, 방송장악에 저항하다 해고 등 징계를 당한 MBC 노조원들에 대해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은 정당하다며 징계무효 판결을 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세월호보도와 이번 대선보도에서 보듯 반국민적 편파·왜곡 방송은 계속되었고, 방송인들의 저항과 징계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정권에 의한 공영미디어 장악과 언론자유 탄압의 진상과 책임은 여전히 가려져 있고, 해직자들은 여전히 해직자이고, 부당징계자의 원상회복도 요원한 상태이다.
이명박 정권이 구축하고 박근혜 정권이 계승한 언론장악과 탄압의 진상은 명백히 규명되어야만 하고, 그것을 주도한 자와 부역한 자에게 응분의 법률적·도의적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 그 부당함에 항의하다가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의 명예와 원상 또한 온전히 회복되어야 한다. 정권에 의한 공영미디어 장악과 탄압이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하는 반헌법적인 폭거라는 점을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 방송장악과 탄압의 진상규명과 부당징계자 원상회복은 공영미디어 정상화를 위한, 민주주의의 회복과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자 초석이 아닐 수 없다.
시민주권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개혁 과제 두 가지
2008년 정권의 공영미디어 장악과 언론자유 탄압이 있었다. 2009년 방송법 날치기 통과, 2011년 종편출범의 구조개악이 진행됐다. 2012년에는 방송독립성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170일간의 언론노조 대투쟁과 이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의 극심한 왜곡보도와 이른바 ‘기레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있었다. 2016년 말과 2017년 초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광장에서 “언론도 공범이다! 부역자 퇴진하라!”는 목소리가 터지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지금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나가며
언론적폐 청산과 민주언론 회복·발전을 향한 질주는 이미 시작되었다. 성공의 동력은 시민과 언론인의 열망과 참여이다. 당연히 동시에 고맙게도,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이를 자신의 선거공약으로 천명한 바 있다. 열망과 참여의 각오를 벼리며 미래를 기대한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