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여주면서 왜 돈을 받느냐.” 카카오의 뉴스펀딩(현재 스토리펀딩) 서비스가 나왔을 때 독자의 반응이다. 당시 유료화 서비스 실패를 거듭하던 언론은 물론 내부에서조차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김귀현 파트장은 “처음 언론사를 찾아다녔을 때 설득이 잘 되지 않았고 엎어진 적이 많았다”면서 “나조차도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 스토리펀딩은 944일 만에 펀딩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후원자는 29만6512명에 달하며 하루 1060만 원의 후원금이 모인다. 영화 ‘귀향’이 펀딩을 통해 제작됐고 박상규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사표를 낸 후 ‘펀딩’을 기반으로 탐사보도를 하게 됐다.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 사무실에서 김 파트장을 만났다.

“좋은 뉴스의 생명력 너무 짧았다”

“좋은 기사의 생명력이 정말 짧았다. 품을 많이 들인 기획기사지만 2시간만 지나면 관심이 떨어져 다른 기사로 교체해야 했다.” 김귀현 파트장은 포털 다음 뉴스편집 업무를 하며 아쉬움을 느꼈다. 그가 “10년이 지나도 가치 있게 읽힐 수 있는 기사가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뉴스펀딩 서비스를 개발한 배경이다.

김 파트장은 해외 유료화 성공사례를 공부하던 중 ‘기자의 전문성 확보’와 ‘독자참여’에 성공한 네덜란드의 ‘드 코레스판던트’에 꽂혔다. 콘텐츠가 아닌 기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기자가 직접 독자와 소통했다. 콘텐츠를 결제한 독자만 댓글을 달수 있는 시스템인 데다 독자의 전문성 있는 의견이 기사처럼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김 파트장은 “뉴스펀딩을 만들 때 기자의 전문성과 독자참여를 핵심가치로 놓고 커뮤니티툴을 만들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 김귀현 카카오 스토리펀딩 파트장이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김귀현 카카오 스토리펀딩 파트장이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불안했다. 그래서 목표치가 높지 않았다. 3개월 동안 5000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이틀 만에 초과달성했다. 김 파트장은 “콘텐츠에 돈을 내려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았다”면서 “우리가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어떤 콘텐츠가 성공했는지 묻자, “특정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측하기도 힘들다”는 말이 이어졌다. 김 파트장은 “기존 언론사처럼 트래픽 위주의 비즈니스라면 모두가 좋아할만한, 모두가 분노할만한 기사를 쓰면 된다”면서 “그런데 펀딩은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 주로 소비된다”고 말했다. 일반 뉴스와 달리 콘텐츠를 구매하고 소유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개별 취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뷰 당일 배우 이제훈과 이준익 감독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스토리펀딩 프로젝트의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갑자기 600만 원이 넘게 모였다. 알고 보니 이제훈 팬 커뮤니티에 펀딩 사실이 알려지면서 링크를 타고 모여든 것이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데서 터지곤 한다.” 김 파트장은 “그래서 우리가 연결을 잘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 연결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돈 안낼 사람에게 계속 내라고 해봤자 소용없다. 낼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 다음과 카카오톡 등의 채널을 통해 펀딩을 알리며 콘텐츠에 맞는 독자를 찾는 ‘다리’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콘텐츠와 함께 브랜드 키워야”

좋은 콘텐츠는 늘 좋은 반응을 불러오는 것일까? 개그맨 김제동, 시사IN 주진우 기자와 같은 유명인의 펀딩은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전에 ‘대박’을 터뜨린다. 무명의 창작자들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묻히곤 한다. 결국 유료화라는 게 ‘콘텐츠’보다는 ‘팬심’이 좌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파트장 역시 “브랜드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콘텐츠만으로 펀딩을 받는 게 힘들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콘텐츠 유료화가 잘 돼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돈을 쓰는 데 큰 요인이 되더라”라고 말했다.

따라서 김 파트장은 ‘투트랙 전략’을 강조했다. 인물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는 정보성, 교육성 콘텐츠는 콘텐츠 자체만으로도 유료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르포 기사같은 저널리즘 영역은 ‘콘텐츠’만 내세울 게 아니라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유명인이 아닐 경우 좋은 콘텐츠가 늘 브랜드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좋은 콘텐츠 없이 브랜드를 키울 수도 없다.

‘그녀는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를 시작으로 재심 3부작을 연재하며 억울한 이들을 일관적으로 조명해온 박상규 기자는 펀딩을 통해 브랜드를 키웠다. 김 파트장은 “콘텐츠가 브랜드를 압도한 거의 유일한 사례”라며 “브랜딩이 되면 그때부터 콘텐츠를 다 보여주지 않아도 자동으로 박상규 이름만 보고 펀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박상규 기자의 '피플펀딩' 화면.
▲ 박상규 기자의 '피플펀딩' 화면.
카카오는 저널리즘 영역에서 ‘콘텐츠’보다 ‘브랜드’를 부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김 파트장은 “제2, 제3의 박상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콘텐츠 결과물을 보면서 펀딩을 하는 기존 스토리펀딩과 달리 기사계획만 내놓고도 인물에 펀딩할 수 있는 ‘피플 펀딩’을 최근 도입한 이유다. 박상규 기자는 월 400만 원 정도의 펀딩을 받으며 취재를 지원받고 있다.

김 파트장은 “한국 언론에서 탐사보도를 6개월 동안 한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박상규 기자는 피플펀딩을 통해 6개월째 기사 구성만 이야기하면서 펀딩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3~4년씩 탐사보도해서 기사를 쓰고, 책을 내서 그걸로만 먹고 살기도 한다. 10년씩 잠입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 부러웠다. 그런 사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전문기자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다. 환경, IT, 게임, 영화 등 각 분야 전문기자들이 전면에 나서고 독자가 취재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직접 취재하는 ‘온디맨드’형의 서비스다. 시사저널e의 ‘현재가 된 인공지능과 당신의 이야기’시리즈가 호평을 받은 사례가 있어 이를 확장하는 것이다. 김 파트장은 “한국에서는 출입처를 주기적으로 바꾸다 보니 전문성을 쌓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전문기자를 중심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귀현 카카오 스토리펀딩 파트장. 사진=금준경 기자.
▲ 김귀현 카카오 스토리펀딩 파트장. 사진=금준경 기자.

“카카오는 저널리즘 주체 아냐, 플랫폼 역할 할 것”

펀딩 사업을 통해 카카오가 하려는 게 무엇일까. 언론은 포털이 저널리즘을 내세울 때마다 달가워하지 않는 현실이다.

김 파트장은 “포털은 언론이 아니다. 저널리즘의 주체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IT플랫폼 회사다. 저널리즘을 하지 않는 게 낫고, 굳이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중요한 건 네이버나 우리나 독자가 엄청 많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연결’을 강조했다. “우리는 저널리스트를 비롯한 창작자들과 독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적 판단과도 동떨어진 건 아니다. 김 파트장은 “펀딩을 하면 10%씩 수수료를 카카오가 받는데 수익이 많지는 않지만 또 없는 건 아니다”라며 “플랫폼 측면에서 보면 사람을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고, 우리의 펀딩은 다른 포털이 갖지 않은 우리 고유의,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는 개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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