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6월29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한다. 관객입장에서는 ‘옥자’를 영화관에서도, 집에서도, 혹은 지하철에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관객에게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선택권이 다양해졌지만 영화관과 넷플릭스의 입장에서는 ‘힘겨루기’ 상황이다. 제70회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옥자’를 두고 칸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진 것도 이런 상황의 연장선에 있다. 프랑스 극장연합회는 ‘옥자’와 또 다른 넷플릭스의 투자작 ‘메예로 위츠 스토리’의 칸영화제 진출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는데, 넷플릭스가 극장개봉을 위해 배급사와 협업하는 기존의 영화 제작사의 방식이 아닌 인터넷으로 영화를 ‘개봉’해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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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경우 영화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하려면 극장 상영 3년 후에야 가능하다. 배급과 상영 등 각 영화 직능별 역할을 보호하는 프랑스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동에도 결국 칸은 ‘옥자’의 진출을 확정했고, 칸영화제 진출작은 프랑스 극장에 배급되는 영화여야 한다는 원칙은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옥자’는 현재 프랑스 극장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개봉은 확정지었고 미국과 영국에선 개봉을 조율하는 중이다.

영화관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신(新)플랫폼과의 ‘힘겨루기’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결국 전부 공존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옥자’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처음에 넷플릭스와 계약을 할 때 영화관객들을 위해 영화관 개봉을 한다는 협의를 했기에 안심하고 계약했다”며 “칸에서 일련의 사태를 보았지만 결국 전부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1960년대 한 영화에서 ‘TV가 나왔기 때문에 영화는 다 끝났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지금 보면 TV와 영화가 잘 공존하고 있지 않느냐”며 “칸의 사태도 작은 소동으로, 마음 편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옥자'의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정민경 기자
▲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옥자'의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역시 “넷플릭스는 극장 배급에 절대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영화관과 넷플릭스가 상호배제적인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관이나, 넷플릭스나 모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감독 입장에서 “배급보다는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을 보고 넷플릭스를 선택했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꺼냈다. 봉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 영화가 어떻게 배급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작가 입장에서 창작의 자유와 감독 입장에서 편집권이 가장 중요했다”며 “이 정도 예산규모의 영화에서 전권을 모두 감독에게 주는 경우는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옥자’의 경우 제작비만 5700만 달러인 대규모 영화이고, 이 정도 규모에서는 헐리우드에서 대부분 최종 편집권을 감독이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옥자’를 제작투자한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에게 감독의 파이널컷을 보장했고, 18세 관람불가 등급 결정까지 감독에게 주는 등 전권을 감독에게 허락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감독이나 콘텐츠 제작자에게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작자들이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옥자’의 경우 배급의 문제까지도 창작자의 입장을 고려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최두호 프로듀서(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공동제작)는 “‘설국열차’의 경우 CJ E&M이 투자를 했고, 제작과정에서는 감독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국 배급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며 “하지만 ‘옥자’의 경우, 제작을 통틀어 모든 분야에서 통제권을 받았고,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봉준호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옥자’는 강원도에 사는 소녀 ‘미자’(안서현 분)가 하마와 돼지를 섞은 미지의 동물 ‘옥자’를 찾아 미국까지 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극비리에 옥자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인물로 ‘설국열차’의 주연 배우 틸다 스윈튼이, 동물학자로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한다. ‘옥자’는 제 70회 프랑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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