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58·사법연수원16기) 전 검찰총장이 퇴임사에서 새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불만섞인 심경을 은근히 드러냈다.

김 전 총장은 15일 오후 3시 대검찰청 별관 4층 대강당에서 대검 간부 및 일부 서울 지역의 검찰 간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퇴임식을 진행했다.

김 전 총장은 퇴임사에서 “지금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우리 검찰도 국민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동안 잘못된 점,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스스로를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면서도 “검찰개혁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가 기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수남 검찰총장이 5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김수남 검찰총장이 5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김 전 총장은 이어 “법조를 포함한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에 폭넓게 귀를 기울이고, 형사사법의 국제적 추세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을 위한 올바른 방향의 검찰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은 앞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요체 중 하나로 ‘절제’를 강조했다.

그는 “수사에 있어서 소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나만이 정의롭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재판의 미덕은 공정에 있고, 수사의 미덕은 절제에 있다”며 “검찰에 부여된 권한을 절제하여 꼭 알맞게 행사하고 있는지, 환부만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여 범죄자를 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의를 지키고 인권을 옹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이와 함께 ‘원칙’과 ‘청렴’을 강조하며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의 요체는 원칙, 절제, 그리고 청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은 퇴임사 전반부에서 “어떠한 사건도 사사로움 없이 정도를 걷고자 했으며, 어떤 경우에도 진실이 가려지거나 정의가 외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감히 자부한다”면서 “때로는 오해와 불신을 받기도 했다. 그런 때에는 정말 안타깝고 괴로움도 많았지만, 우리가 원칙과 정도에 따라 우리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면 언젠가는 국민들도 신뢰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검찰총장직을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임명된 김 전 총장은 임기만료 7개월을 남겨 둔 지난 11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총장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구속영장 청구 시점 즈음 총장직 사퇴를 고민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배경은 새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책임론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 전 총장은 2014년 ‘정윤회 문건’ 사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관련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 당시 수사팀이 비선실세 의혹 수사를 배제하고 문건 유출자 수사만 진행함에 따라 ‘청와대 가이드라인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은 문건에 담긴 내용이 허위라 결론 내렸고 문건 유출 혐의자만 처벌했다.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것도 김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였다.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가토 전 지국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검찰은 그를 기소했다.

김 전 총장은 2013년 수원지검장 시절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에 시발점이 된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의 ‘RO 사건’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김 전 총장은 ‘최순실씨 등 민간인 국정농단’ 국면에서 ‘봐주기 수사’ 오명을 쓰기도 했다. 검찰은 최씨가 귀국한 지난해 10월30일 최씨를 긴급체포하지 않고 다음 날 소환해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난을 샀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에 대해서도 ‘뒷북 압수수색’,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수사팀 구성 후 75일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고 80일만에 우 전 수석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결과 검찰이 입수한 물품은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와 박스 2개 분량 규모의 자료였다.

김 총장은 지난 11일 “지난 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집행되었을 때 검찰총장직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며 “그러나 대선 관련 막중한 책무가 부여되어 있고, 대통령·법무부장관이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총장직을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검찰 출신인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조국 교수는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의제를 적극적으로 역설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 전 총장은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7년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1990년 검사로 전직한 그는 광주지검 공안부장검사·대검 중부수 중수3과장·서울중앙지검 3차장 및 검사장·대검 차장검사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5년 12월 제41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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