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농단 혐의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수사대상으로 지목됐던 법무부 검찰국 간의 부적절한 만찬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부적절한 의도가 있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제 식구 봐주기 수사' 의혹만 더 증폭되는 상황이다.

1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특수본 본부장을 맡았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특수본 소속 간부 7명은 지난달 21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국 간부 3명과 함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4월17일 전 대통령 박근혜씨와 우 전 수석을 각각 구속 기소·불구속 기소한 지 나흘 만이었다.

▲ 15일 한겨레 20면
▲ 15일 한겨레 20면

한겨레는 "이 자리에선 위로·격려의 말과 함께 술잔이 꽤 돌았고, 안 국장이 먼저 수사팀 간부들 개개인에게 금일봉을 건넸다"며 "당시 봉투에는 50만~100만원가량씩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도 검찰국 간부들 개개인에게 금일봉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법무부 검찰국은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지난해부터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 검찰국장이 지난해 7월부터 10월여 까지 우 전 수석 및 윤장석 전 민정비서관과 100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는 우 전 수석이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탈루, 아들 군 보직 특혜 등 각종 비리 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린 시점이다.

우 전 수석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안 검찰국장과 통화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 검찰국은 전국 일선 검사들이 주요 수사 정보를 직보하는 기관 중 하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 같은 정보를 법무부에서 보고받는다. 청와대는 이를 통해 검찰 등 사정기관을 통제한다 .

법무부 검찰국은 2015년 9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표 수리 후 이어진 '특별감찰관실 해체'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는 이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가 수리된 지 나흘 후인 9월27일 특별감찰관보, 감찰담당관 등 별정직 공무원 6명에게 자동퇴직을 통보했다. 인사혁신처가 이 전 감찰관의 사직을 '임기만료'로 해석한 데 따른 것으로, 특별감찰관법 시행령엔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은 임용 당시 특별감찰관의 임기만료와 함께 퇴직한다’고 규정돼있다.

특별감찰관실의 유권해석 요청이 없었음에도 인사혁신처는 먼저 자동 퇴직을 통보했다. 특검팀은 이를 우 전 수석이 인사혁신처와 법무부 검찰국을 동원한 정황으로 파악했다. 법무부는 특별감찰관실의 예산권을 쥐고 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법무부 검찰국 관련자를 단 한 명도 조사하지 않았다.

특검팀의 수사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를 비롯해 '광주지검 세월호 수사 방해' 혐의 등을 기소대상에서 배제해 '봐주기 수사', '부실 수사' 의혹을 낳았다.

이에 대해 검찰 특수본은 15일 "중앙 검사장이 검찰 후배 격려 차원에서 법무부 각 실·국 모임을 해오면서 그 일환으로 검찰국 관계자들과 저녁 모임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식사 당시 검찰국장은 내사 또는 조사 대상도 아니었고 중앙 검사장은 법무부 과장의 상급자로서 부적절한 의도가 이 모임에 개재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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