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실 소득주도 성장의 논리와 정책은 5년 전에 진보의 싱크탱크를 자임한 연구원이 정책대안으로 내놓은 책 ‘리셋코리아’에 나온다. 당시 대다수 언론은 ‘리셋코리아’와 ‘소득주도 성장’ 대안을 모르쇠 했다.
다만 새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의 이면에는 오랜 시간 피땀 묻은 돈으로 싱크탱크를 성원해준 민중이 있다는 사실만은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옹근 12년 전이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 3년째 들어섰지만, 현실은 부익부빈익빈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비정규직과 농민, 영세상인, 청년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민주정부에 회의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컸다. 집권 못지않게, 집권해서 어떤 나라를 만들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몇몇 사람이 뜻을 모아 싱크탱크를 창립하고 ‘수출주도 성장 패러다임’을 대체할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벽은 돈이었다. 120명의 민중이 ‘십일조’를 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군부독재와 맞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했으면서도 말 그대로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묵묵히 생활 현장을 지켜가던 30대와 40대가 주축이었다. 월급에서 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십분의 일을 보내는 회원, 강연을 듣고 가족 몰래 보낸다며 100만원을 입금한 민중, 선뜻 거금을 기부한 출판사 대표를 비롯해 감동의 사연이 곰비임비 이어졌다.
물론, 공약으로 끝날 일은 결코 아니다. 실제 그것이 민중의 삶에 싸목싸목 구현되지 못한다면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쉬운 일은 아니다. ‘리셋코리아’에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노동의 창조성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통일 민족경제’ 형성과 이어져 있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수출주도 체제의 기득권은 정계와 재계만이 아니라 학계와 언론계까지 자못 견고하다. 혈세를 하마처럼 먹는 국책 연구기관들과 대다수 언론이 그 기득권을 대변한다. 소득주도 성장이 수출을 배격하는 정책이 결코 아님에도 단순 논리로 윽박지를 윤똑똑이들이 여기저기서 나설 터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그 ‘계곡’을 지나 패러다임 변화를 벅벅이 일궈낼 의지로 충만하고 치열한가. 아름다운 민중과 함께 들 촛불을 갈무리해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