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부른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한 가운데, 전임 대통령이었던 박근혜가 지난 2015년 9월 보수 언론을 동원한 국정교과서 여론전을 지시한 정황이 공개됐다.

조선일보·MBC·한국경제·매일경제 등 보수 언론사를 홍보전에 활용하라는 지시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업무수첩에 기록돼 있던 것.

‘안종범 업무수첩’을 추가로 입수한 시사주간지 시사IN은 505호 “혼이 빠진 교과서는 이렇게 탄생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지검에서 대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지검에서 대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시사IN에 따르면, 2015년 9월20일자 업무수첩에는 “1. 국정교과서, 부모들 마음 움직여야, 조갑제 대한민국 진실을 지키기 위하여, 김일성 보천보 전투 X, 조선 MBC 한경 매경, 시민단체 부모단체.”라고 쓰여 있다.

이는 ‘파면 대통령’ 박근혜가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수 언론을 국정교과서 홍보전에 활용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시사IN은 “국정교과서 성공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칼럼을 활용하라는 취지로 보인다”며 “조선일보, MBC, 한국경제, 매일경제를 국정교과서 홍보전에 활용하고, 시민·학부모 단체도 관리하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방송사 가운데 MBC만이 해당 일자 업무수첩에 기록돼 있다. 당시 MBC 보도는 종합편성채널 3사(JTBC·TV조선·채널A)와 지상파 3사 중 가장 정권 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15년 10월12일부터 26일까지 방송 보도를 분석한 결과, JTBC는 72.5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MBC 뉴스 보도는 18건으로 가장 적었다. 

MBC 보도 18건 가운데 야당 입장을 제외한 반대 여론은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정부·여당의 입장만 ‘받아쓰기식’으로 전달한 보도는 7건으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아울러 검정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운 근거는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였다. 조갑제닷컴을 포함해 검정 교과서를 비판하는 이들은 김일성의 항일 운동으로 알려진 보천보 전투가 교과서에 실린 것을 문제 삼았다. 박 전 대통령도 이처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015년 10월15일자에 “‘유관순’은 빼고 ‘보천보 전투’ 부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학계에서 김일성의 항일 활동은 과장됐다는 지적을 받는다”면서 보천보 전투 내용을 실은 두산동아 교과서를 비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자유한국당 전신·무소속)도 2015년 10월 “역사교과서가 편향된 집필진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되는데 A사의 집필진 6명이 다른 출판사로 그대로 옮겨가 똑같은 내용을 기술하고 김일성 우상화에 쓰이는 ‘보천보 전투’ 등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