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언론이 또다시 오보를 쏟아냈다. JTBC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13일 연합뉴스는 “[단독] 세월호 발견 유골 치아 상태로 조은화양 확인” 보도에서 세월호 내부 수색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조은화양의 유골이 발견됐다고 단정해 보도했다. 현장 수색팀이 유골의 치아상태와 은화 양의 치과 기록을 비교해 은화 양의 유골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 13일 세월호 수습 유해가 조은화양이라고 단정한 연합뉴스의 보도. 현재 이 기사 제목은 '추정'으로 수정됐다.
▲ 13일 세월호 수습 유해가 조은화양이라고 단정한 연합뉴스의 보도. 현재 이 기사 제목은 '추정'으로 수정됐다.

직후 연합뉴스TV를 비롯해 KBS, MBN, 중앙일보, 동아일보, 부산일보, 한국경제, 스포츠경향 등이 연합뉴스 보도를 인용해 포털에 대동소이한 기사를 쏟아냈다. 다수 언론이 ‘확신’을 가지니 국민들은 의심 없이 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보도는 2시간이 지나서야 ‘오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현태 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은 1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유골이 선체 내부에 있는데, 어떻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겠느냐”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감식결과까지 나오려면,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김현태 부단장은 치아상태와 관련해 “육안으로 확인한 수준”이라며 “분명히 현 단계에서는 유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 13일 연합뉴스 TV 보도화면 갈무리.
▲ 13일 연합뉴스 TV 보도화면 갈무리.

치아상태가 은화양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고, 유골이 발견된 장소에서 은화 양의 가방 등 소지품도 함께 나왔기 때문에 은화양의 유골일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 이를 단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측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원을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언론은 ‘추정’이라고 표현을 바꾸며 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연합뉴스는 오보가 된 기사 제목을 ‘추정’으로 바꿨다. KBS는 뉴스9에서 “유해가 미수습자인 단원고 ‘조은화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으며 MBC 뉴스데스크 역시 “수습팀은 유해의 치아 상태 등을 토대로 단원고 여학생인 조은화양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 1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 1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보도경쟁 속에서 눈에 띄었던 건 SBS와 JTBC다. SBS 8뉴스는 “(유해 수습 장소가) 미수습자인 조은화양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 11일에는 조 양이 쓰던 책가방이 발견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 시신의 신원은 아직 확인할 수 없다며 현 단계에서 신원 자체를 거론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수습본부는 밝혔다”고 보도했다.

JTBC 뉴스룸은 오프닝에서 “일부 언론에는 미수습자의 실명이 보도되기도 했다”면서 “가족들은 DNA 검사로 최종 확인이 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저희 JTBC도 가족들 입장을 받아들여서 실명을 특정해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JTBC 뉴스룸은 조은화양의 이름을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SNS에서는 이번 오보사태와 관련해 “사망선고는 의사가 내리는 것이지 뉴스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명대사가 회자되고 있다. 미 상원 의원 총격사건 당시 한 방송사가 사망을 단정해 보도하자 다른 방송들도 일제히 받아 썼지만 주인공이 속한 방송사는 시청률 압박을 느끼면서도 사실확인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에서 나온 대사다.

받아쓰기, 보도경쟁, 무리한 추정보도. 이번 보도 사태는 세월호 참사 대형오보를 계기로 변화한 언론과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언론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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