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위 진보언론은 ‘진보 정권’이 출범하면 본래의 권력에 대한 감시, 견제 역할을 유지한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언론은 ‘진보정권’으로 교체되면 견디지못하고 첫날부터 비난과 흠집잡기로 혈안이 된다. 반대로 보수언론은 ‘보수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정치권력과 동일체가 돼 ‘한복외교’ ‘빛의 정치’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외국어 능통‘ 등으로 온갖 찬사와 미화로 국민에게 눈속임을 한다.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보수언론의 현란한 변신은 ’신뢰의 언론‘이 아닌 정치집단으로 보일 정도다.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아직 인선도 마치지않았고 본격 출범도 하지않았지만 벌써부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비난과 공격의 칼’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 사건’부터 불거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 등에 대한 진상 조사여부를 조국 신임 민정수석에게 지시한 것을 두고 보수언론은 비난하기 시작했다.

▲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세월호 특조위는 그동안 왜 조사를 제대로 하지못했는지, 우병우의 민정수석실에서 어떤 식으로 검찰수사에 개입했는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출발점이 정윤회 사건인데, 진실은 밝히지못하고 거꾸로 문건유출 사건으로 둔갑한 내용 등에 대해 진실을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왜 벌어졌는지 그 진실에 대한 내용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조사여부를 민정수석에게 당부한 일을 두고 야당과 보수언론이 반발했다. 야당이야 이해당사자들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언론이 관련진실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야당과 보조를 맞추며 반발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조선일보는 “민정수석 ‘검찰 지휘 안한다’ 3시간 뒤… 文대통령 ‘제대로 수사’”, “‘국정농단’ 추가 수사, 우병우와 대기업 겨냥한 듯”, “盧 前대통령 수사 그리고 비극… 文대통령·검찰의 악연”, “국회·검찰·감사원·해수부·특조위 조사 끝난 ‘세월호’ 다시 꺼냈다” 등의 보도를 쏟아내며 비판적 논조를 보였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회사의 입장을 잘 나타내는 조선일보의 사설에서도 “세월호 사고 조사는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마치고 선체 조사 단계까지 가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도 검찰→특검→검찰로 이어지며 수사할 만큼 했다. 관련자들도 다 기소됐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더 수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조 수석의 ‘재수사나 재조사 지시는 아니다’는 해명에도 “민정수석 임명 첫날부터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지시하고 개입한다는 논란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마치 세월호 사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서는 새정부가 더 이상 손을 대지말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다.

동아일보도 “문 대통령도 조 수석도 검찰 개혁은 강력히 추진하되 검찰 수사는 놓아두라.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검찰 개혁”이라고 강조하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검찰 수사 개입으로 비판했다.

‘검찰수사를 놓아두라’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이 검찰수사에 어떻게 개입했는지여부와 그런 개입이 검찰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진실이 어떻게 왜곡됐는지 여부는 당연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재수사나 재조사 지시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면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수는 없을까.

▲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 부정축재 재산 몰수 위한 특별공청회'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 부정축재 재산 몰수 위한 특별공청회'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보수언론은 과거 참여정부 출범때 어떤 식으로 보도했는지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조중동은 일제히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대통령이란 호칭도 달지않고 “노무현식 언론개혁‘ ’이름만 바꾼 대북정책‘ ’취임식날 이 아침에‘ 등의 사설과 칼럼으로 정당한 견제 감시가 아닌 부당한 비난, 비아냥으로 일관했다.

보수언론이 언론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좀 더 절제가 필요하다. 말 한마디를 확대해석하거나 비약하여 공격하는 방식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새정부 출범 1년 밀월관계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새정부가 출범하면 그때부터 견제, 감시해도 늦지않다.

새정부는 보수언론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정확하고 투명한 브리핑제를 활용하여 공적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바란다. 또한 진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자세하게 정확한 정보와 배경설명까지 해주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이런 상호존중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악의적으로 왜곡을 일삼을 때는 민주주의에서 보장된 법과 제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법과 제도의 테두리에서 조정,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언론의 영역을 벗어나 보수언론이 언론권력으로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할 때는 비상한 대책이 요구된다.

조중동이 ‘국정파탄의 주범’ 야당의 대변자 노릇을 하며 태극기부대를 선동하고 안보를 내세워 반문재인 여론몰이에 나서게 되면 국정운영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모바일 시대, SNS 시대’라고 하지만 신문과 방송까지 장악한 조중동의 위력을 과소평가하고 무대책으로 나서게 되면 새정부의 위기는 빨리 올 수도 있다.

해직언론인 복직과 공영방송의 정상화, 언론부역자에 대한 정리 등은 빠를수록 좋다. 이명박근혜시대 ‘당근과 채찍’의 이중언론정책이 아닌 ‘공정, 공평, 투명’한 언론정책을 기대한다. 보수언론이나 진보언론으로부터 당장의 찬사는 기대하지않는 것이 좋다. 국민과 역사를 보고 당당한 언론정책으로 보수언론의 조급증에 대응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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