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지난 3월 리포트 검열 논란이 불거진 ‘시사매거진 2580’ 기자와 ‘6월항쟁’ 30주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 불방 통보 후 전보 발령된 PD에 대해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유튜브에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MBC 기자 3명과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 등과 관련해 인터뷰했던 PD협회장에게 최근 징계가 결정된 데 이어, ‘제작 자율성’을 요구한 기자·PD들에 대한 계속되는 징계 칼바람에 MBC 구성원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에 따르면 사측은 조의명 ‘2580’ 기자와 6월항쟁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김만진 PD, 지난해 ‘뉴스데스크’ 리포트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김희웅 전 MBC 기자협회장과 이호찬 전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에게 오는 17일 인사위를 개최한다고 통보했다.

지난 3월26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예고편 갈무리.
지난 3월26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예고편 갈무리.
지난 3월26일 방송된 세월호 인양을 다룬 ‘시사매거진 2580’은 부당한 이유로 불방 통보를 받았다가 리포트 검열 등 우여곡절 끝에 방송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MBC 간부가 삭제 지시한 세월호 리포트를 공개합니다)

당시 MBC본부 민실위는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이 조의명 기자가 제작한 해당 리포트에서 세월호 관련 특정 단어를 빼지 않으면 불방하겠다고 압박했고, 리포트 상당 부분이 검열 후 원래 방송용 원고에서 수정된 상태로 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은 외려 “조 기자가 담당 국장과 부장이 협의해 데스킹이 완료된 기사에 대해 본인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데스크의 정상적인 업무상 지시를 불이행하고 제작을 거부했다”며 “취업규칙과 ‘MBC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4일 유튜브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을 올린 (왼쪽부터) 이덕영ㆍ곽동건ㆍ전예지 기자.
지난 1월4일 유튜브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을 올린 (왼쪽부터) 이덕영ㆍ곽동건ㆍ전예지 기자.
사측은 김만진 PD에 대해서도 ‘MBC스페셜’ “6월 항쟁” 편을 제작 중지 지시에도 제작을 계속해 지시를 불이행하고 제작비를 임의 집행했다는 이유(취업규칙 위반) 등으로 인사위에 회부했다.

김 PD는 올해 1987년 6·10 항쟁 30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특집 프로그램 제작을 진행하다 김장겸 사장 취임 후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홍상운 콘텐츠제작국장으로 제작 간부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제작 중단 지시를 받았다. 김 PD는 지난 3월17일 콘텐츠제작국 다큐멘터리부에서 콘텐츠제작2부로 전보되면서 ‘6월항쟁’ 다큐는 아예 불방 위기에 놓였다.(▶MBC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은 회사가 지시했다)

아울러 지난달 사규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아 인사위 개최가 취소된 김희웅 전 MBC 기자협회장과 이호찬 전 민실위 간사도 17일 다시 징계 절차를 밟게 됐다.(▶MBC, 회사 비판 기자·PD들 또 무더기 징계 시도)

이들은 지난해 보도국 김세의 기자의 ‘뉴스데스크’ 리포트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회사 내부 시스템에 있는 음성파일을 회사의 허가 없이 업무 이외의 목적으로 습득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에 회부됐다.

지난 1월4일 유튜브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 동영상을 올렸다가 근신 7일(곽동건·전예지 기자)과 출근정지 10일(이덕영 기자)을 받은 기자들과, 3월16일 회사에 신고 없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은 송일준 MBC PD협회장에 대한 재심도 17일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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