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첫날 발표된 이낙연 총리후보 인사에 대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이른바 조중동이 모두 예측하는데 실패한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맞힌 것으로 나타났다.

14년 전인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첫 인선인 청와대 비서실장 문희상 의원 내정 사실을 특종했던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 첫 인선은 낙종을 한 것이다. 조중동의 정보력이 예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인사 예측 보도 경쟁이 되레 신문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새 정부 첫날인 지난 10일자 4면 머리기사 ‘총리 후보에 정동채·이강국·진영… 국정원장은 서훈 유력’에서 “총리 후보자에는 광주 출신의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운데 전북 출신인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과 새누리당 출신의 진영 의원도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경제를 최우선 순위로 둘 경우 이용섭 전 의원도 총리 후보로 거명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10일자 5면 머리기사 ‘취임식후 비서실장부터 곧바로 임명… 임종석 유력 검토’에서 “총리 인선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며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총리 인선에서부터 협치(協治)의 첫 단추를 끼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나 동아는 “민주당 안팎에선 총리 후보로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실용주의자로 통하는 김효석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고 예측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짜 8면 기사 ‘호남 인사로 좁혀진 초대 총리, 김상곤·전윤철·이용섭 하마평’에서 문 당선인의 핵심 브레인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의 말을 빌어 총리 후보로 김상곤(68) 전 경기도교육감의 이름을 거론했다. 내각을 이끌 실무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감사원장을 지낸 전윤철(목포·78) 공동선대위원장, 박승(김제·81) 전 한국은행 총재, 이용훈(보성·75) 전 대법원장 등이 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린다고도 이 신문은 썼다. 진영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 송영길 의원 가능성도 언급했다.

▲ 지난 1월 23일 오후 문재인 당선인이 전남 나주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본사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며 이낙연 전남도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문재인 전 대표측></div></div>
                                <figcaption>▲ 지난 1월 23일 오후 문재인 당선인이 전남 나주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본사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며 이낙연 전남도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문재인 전 대표측> 사진=포커스뉴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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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한국일보도 10일자 5면 머리기사 ‘청 비서실장에 정치인 예상…대탕평 총리 진영·김광두 물망’을 실었다.<p></p><p>그러나 10일 오전 발표된 총리 후보 인사는 이낙연 전남도지사였다. </p><p>조중동 등과 달리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낙연 후보가 거론된다고 보도하거나 아예 기사제목에 이낙연이라는 이름을 실었다. 한겨레는 10일자 3면 머리기사 ‘비서실장 임종석, 안보실장 서훈…호남총리 확실’에서 “이낙연 전남지사는 2014년 공천 당시엔 손학규계로 분류됐지만, 국민의 당이 호남을 석권한 2016년 총선 이후에도 당적을 유지하며 민주당의 호남 수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게 국무총리 후보로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며 “이 지사가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권 경험이 풍부하고 광역자치단체장을 지내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문 당선인이 호감을 갖게 된 이유로 알려진다”고 보도했다. 다만 한겨레는 “이 지사 외에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과 행장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호남 출신의 이용섭 전 의원도 거론된다”고 덧붙였다.</p><p>또한 경향신문은 같은 날짜 1면 머리기사 ‘19대 대통령 문재인, 10년 만의 ‘정권교체’’에서 “총리 후보에는 이낙연 전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민주당 진영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8면 머리기사 제목을 ‘“국민 대통합” 조율할 총리로 이낙연 전남지사 택한듯’으로 썼다. 기사 내용엔 여러 인물을 등장시켰지만, 기사 제목에는 ‘이낙연’ 한 사람으로 사실상 확정한 것이다. 경향은 “이 지사는 호남에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초대 총리 후보군에 꼽혔다”고 보도했다. 이 지사는 이날 이 신문과 통화에서 “(내) 이름이 거론된다는 말은 들었다”면서도 “당선인으로부터 공식 통보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고 경향은 보도했다.</p><p>인사 발표가 나온날 조중동은 다른 사람을 예측한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정확히 예측했다. 한마디로 조중동이 물먹은(낙종) 것이다.</p><p></p><div style=
▲ 조선일보 2017년 5월10일자 4면 머리기사
▲ 조선일보 2017년 5월10일자 4면 머리기사
▲ 경향신문 2017년 5월10일자 8면 머리기사
▲ 경향신문 2017년 5월10일자 8면 머리기사
이밖에도 조선은 11일 홍보수석(국민소통수석)으로 내정된 윤영찬 전 선대위 SNS본부장과 관련해 10일자 4면 기사에서 윤 수석 앞에 박래용 경향신문 논설위원의 이름을 먼저 썼다. 사진까지 나란히 실었으나 박 위원은 홍보수석에 내정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1일자 기사에서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총무비서관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총무비서관은 이정도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이 기용됐다.

앞서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 첫 인선인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을 특종했다. 조선은 2003년 1월8일자 1면 머리기사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 문희상씨’를 실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장 비판적인 정부에서도 가장 취재하기 어려운 인사 예측을 정확히 한 것이다. 자신들의 취재력과 정보력을 과시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때문에 당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홍준호 정치부장에게 100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사내 정치부 게시판에는 ‘I´m proud of you all!’이라는 부장의 메시지가 떴으며, 3층 편집국 입구 게시판에는 ‘자랑스럽습니다 : 대특종’이라는 문구와 함께 8일자 1면 신문이 게시됐다(미디어오늘 2003년 1월9일자 ‘조선 “자랑스럽습니다 대특종” 분위기 고무’).

그랬던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전혀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이낙연 총리후보 뿐 아니라 윤영찬 신임 홍보수석도 동아일보 출신이다. 동아는 이 총리후보 예측에 실패했다. 윤 수석의 경우 신설될 뉴미디어수석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동아는 썼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 뉴미디어수석이라는 직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동아일보가 동아 출신 총리 인선과 홍보수석 직제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 언론이 예측하지 못한 조국 민정수석 인선에 대해서도 동아일보는 11일자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2)가 유력한 가운데 신현수 변호사(59)도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10일부터 연합뉴스 보도로 조국 민정수석설이 한참 돌아 대부분 11일자 신문들은 조국 민정수석 내정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신현수 민정수석설을 지면에 끝까지 함께 실은 것이다.

이를 두고 조중동이 문재인 정부의 깊숙한 인사정보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동아일보 2017년 5월10일자 5면 머리기사
▲ 동아일보 2017년 5월10일자 5면 머리기사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섣불리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문재인 캠프 선대위 공보단장을 했던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중동만 총리후보에서 물먹고 한겨레 경향만 쓴 것에 대해 “우연이 아닐까 싶다. 친소 관계가 있어서 그럴지는 몰라도 일부러 (인사정보를 유출)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될 수 있으면 매체에 대해 공평하고 동등하게 대한다는 입장이지 편을 갈라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중동 정보력이 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박 의원은 “지금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 대통령도 있지만 이 뿐 아니라 실무자도 있다. 해당 인선대상자에 연락하려면 이 실무자가 전화를 걸어줘야 한다. 그런 사람들(실무자)과 평소 인간관계를 누구(언론사)와 맺고 있는지가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며 “그것은 구체적인 사례마다 다르다. 이것을 정치 지형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벌써부터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의원은 이런 식의 인사 특종 경쟁이 지나쳐 신문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문사들이 이름쓰는데 경쟁심리가 강하다. 인사 발표시까지 안쓰는 게 맞다”며 “하루도 안돼 오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인사문제로 한 번 (언론을 통해) 띄워보는 일이 있었을지 모르나 이번처럼 대통령이 직접 총리인선을 발표하는 것이 신뢰를 높인다”며 “그런데도 이렇게 언론이 이 이름 저 이름 쓰는데, 저럴 필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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